퓰리처 수상 칼럼니스트 비판…"경제성장 매몰된 정치후진국"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미국 유력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중국 인권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의 타계를 계기로 중국의 후진 정치 상황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논평을 실었다.
칼럼니스트 브레트 스티븐스는 14일(현지시간) '류샤오보와 중국의 쇠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류샤오보의 타계 소식을 전하며 중국이 양적 성장에만 파묻혀 정치개혁을 등한시한다고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오피니언 난 편집 부책임자를 지낸 스티븐스는 퓰리처상 논평 부문을 수상한 유명 칼럼니스트다.
그는 9년간 감옥에서 지내다 숨진 류샤오보의 비극 때문에 전 세계가 분노하고 있다며 류샤오보 사태는 그를 투옥하고, 죽음으로 내몬 중국 정부를 향한 경고라고 주장했다.
스티븐스는 "나라의 최고 인물들을 음해하고, 감금한 국가는 절대 위대하게 될 수 없다. 류샤오보와 같은 사람이 자유롭게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나라는 강하다고 볼 수 없다"며 단도직입적으로 중국 정부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미국을 곧 따라잡을 것처럼 전망됐던 중국 경제가 현재 침체기에 있는 것을 지적하며 개발도상국이 임금 상승, 생산성 둔화 등으로 선진국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이른바 '중진국의 함정'에 중국이 빠져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스티븐스는 후진적 정치 상황 때문에 중국이 곧 이보다 더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독재국가는 부자는 될 순 있어도 절대 현대화할 순 없다"며 "중국의 효율성은 어느 면에선 바보 같은 짓을 빨리할 수 있다는 뜻이고, 경제 자원에 대한 정치의 개입은 곧 부패와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으로 이어진다"고 공격했다.
이어 이런 중국 시스템의 맹점을 류샤오보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며 그가 나중에 노벨평화상 수락 연설이 된 2009년 법정 최후진술 '나에게는 적이 없다'를 일부 발췌했다.
당시 류샤오보는 "투쟁철학(사회주의 계급투쟁론)을 버리는 과정은 적대의식을 누그러뜨리고 증오의 심리를 없애는 점진적인 과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과정을 통해 개혁개방을 위한 유연한 국내외 환경, 사람들 간의 상호우애,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가치를 지닌 이들의 공존을 위한 온화하고 인간적인 토대가 조성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이 계급투쟁을 빙자해 적대감과 원한의 통치를 해왔다고 생각한 류샤오보는 투쟁적 세계관을 버리는 것이 중국의 개혁개방을 위한 바른길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스티븐스는 류샤오보가 정치개혁 없이 경제현대화만을 밀어붙이는 중국의 모델이 결국은 실패할 운명이었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류샤오보는 지난 2008년 12월 중국 민주화를 요구하는 '08헌장' 선언에서도 "변화가 더는 선택이 아닌 지점까지 현재 시스템이 쇠퇴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스티븐스는 중국 정부가 류샤오보가 남긴 교훈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처럼 류샤오보와 그의 타계와 관련한 글들을 재빠르게 검열하고 있다고 재차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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