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헌추진에 반발해 야권 독자투표 실시…"710만명 참가"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정정불안을 겪는 베네수엘라에서 16일(현지시간) 실시된 개헌 찬반 투표 도중 총격이 발생해 1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했다.
AP,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께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서부 카티아의 한 교회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몰려든 인파가 쏜 총에 61세 여성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쳤다.
카티아는 전통적으로 친정부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야당 소속인 카라카스의 카를로스 오카리스 시장은 "카르멘 교회 밖에서 친정부 성향의 불법 무장단체가 투표 인파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사건을 조사 중이다.
TV와 온라인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갑자기 오토바이를 타고 등장한 사람들이 몰려오고 총성이 들린다. 놀란 군중들이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가 교회 인근에 피신하는 등 아수라장이 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야권 연합은 이들 오토바이 떼가 정부와 연계된 무장단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사건 발발 1시간 후이자 투표가 종료된 오후 4시에 TV를 통해 성명을 발표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야권을 향해 폭력 행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평화로 복귀, 헌법을 존중하며 마주앉아 대화를 시작할 것을 야당에 요구한다"며 "평화의 대화를 위한 새로운 회담을 시작하자"고 말했다.
이번 투표는 우파 야권 연합 국민연합회의(MUD)가 독자적으로 추진한 것이다.
오는 16일 정부가 추진하는 제헌의회 의원 선출을 앞두고 이에 대한 찬반을 묻는 것으로, 법적인 효력은 없지만 개헌으로 정국 혼란을 돌파하려는 정부에 맞서 그 정당성을 묻겠다는 의도다.
야권은 마두로 대통령의 개헌 카드를 자유선거를 피한 채 권력을 유지하려는 책략이라고 반발하며 제헌의회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오는 30일 545명의 제헌의회 의원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를 시행하고, 제헌의회가 마련한 개헌안을 국민투표를 거쳐 확정할 방침을 세웠다.
야권은 베네수엘라 안팎에서 치러진 이번 투표에 710만 명 이상이 참가해 반대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분석가들은 베네수엘라 국민이 야권에 대한 인상적인 지지 의사를 보였다고 평했다. 그러나 2015년 총선에서 야권을 지지했던 770만 명이나, 2013년 대선에서 마두로 대통령을 지지했던 750만 명보다는 적은 숫자라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의견도 일부 있다.
야당 지도자들은 "투표소가 2천 곳에 불과했기 때문"이라며 정부 개헌 움직임에 제동을 건 이번 선거에 부여했다.
베네수엘라 여론조사업체인 다타날리시스에 따르면 이날 투표에 참여한 이들의 약 70%가 제헌의회 구성에 반대한 것으로 잠정 조사됐다.
극심한 경제난과 정국 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는 지난 4월부터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면서 최소 93명이 숨지고 1천500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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