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17번 홀 징검다리 버디로 지난해 18번 홀 실수 만회
대회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 256.1야드로 전체 2위, 장타도 '펑펑'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박성현(24·KEB하나은행)이 1라운드 공동 58위에서 마지막 날 역전 우승이라는 드라마로 새벽잠을 설쳐가며 응원한 한국 팬들에게 큰 선물을 안겼다.
박성현은 17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72회 US여자오픈 골프 대회에서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우승했다.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한 박성현은 앞서 13개 대회에 출전했으나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해 속앓이를 했다.
신인상 포인트 1위, 평균 타수 4위 등 투어 정상급 실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좀처럼 우승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이번 대회 1라운드가 끝났을 때만 하더라도 박성현의 우승을 예감하기는 쉽지 않았다.
박성현은 1라운드에서 1오버파 73타로 출전 선수 156명 가운데 중위권인 공동 58위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1라운드 선두였던 펑산산(중국)의 6언더파와는 7타 차이였다.
2라운드에 순위를 공동 21위로 끌어올리기는 했으나 여전히 1위 펑산산과는 7타 차이가 났다.
박성현의 클럽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것은 3라운드 후반부터였다. 3라운드 전반 9개 홀에서 1타를 잃은 박성현은 후반 9개 홀에서 버디만 6개를 몰아치며 뒤늦은 추격에 시동을 걸었다.
단숨에 선두에 3타 뒤진 4위까지 순위가 상승한 박성현은 결국 최종 라운드에서 3타 차 열세를 뒤집고 미국 무대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박성현은 사실 지난해 US오픈에서도 우승 기회가 있었다.
LPGA 투어 비회원 신분으로 출전한 2016년 US오픈에서 박성현은 2라운드에서는 단독 선두에 나서기도 했고 3라운드가 끝났을 때는 1타 차 공동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1타 뒤처져 있던 4라운드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두 번째 샷으로 그린을 공략하다가 공을 워터 해저드로 보내면서 우승 꿈이 좌절됐다.
올해는 달랐다. 14번 홀(파4)까지 펑산산, 최혜진(18·학산여고)과 함께 공동 선두를 달리다가 15, 17번 홀에서 징검다리 버디를 잡아내며 2타 차 승리를 거뒀다.
15번 홀에서 7m 긴 버디 퍼트로 단독 선두가 됐고, 승부에 쐐기를 박은 17번 홀은 이날 출전 선수 통틀어 버디가 4개밖에 나오지 않은 어려운 곳이었다.
그러나 꼭 버디를 잡아야 할 곳에서 반드시 타수를 줄이는 박성현의 '승부사 기질'은 국내 투어에서 활약할 때의 모습을 연상하게 했다.
국내 투어에서도 박성현은 경기가 접전으로 치닫는 최종일 막판에 '피니시 블로'를 날릴 때가 종종 있었다.
지난해 5월 국내 매치플레이 대회 결승에서 박성현은 김지현을 상대로 2홀 차로 뒤지다가 17, 18번홀을 연달아 따내면서 연장으로 승부를 끌고 가 기어이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미국 진출 이후 잠시 잠잠했던 특유의 '승부사 기질'이 이번 대회 고비에 제대로 발휘된 셈이다.
그는 4라운드 내내 드라이브샷 비거리 256.1야드로 256.6야드를 기록한 요시바 루미(일본)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그린 적중률 73.6%로 공동 7위, 라운드 당 퍼트 수는 28.5개로 공동 8위의 준수한 성적을 내며 '슈퍼 루키'다운 경기력을 발휘했다.
특히 이번 시즌 우승이 없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 퍼트가 1, 2라운드 평균 29.5개에서 3, 4라운드는 27.5개로 평균 2개나 줄어들면서 우승의 밑거름이 됐다.
그린 적중률 역시 1라운드 55.6%에서 4라운드 83.3%로 좋아지면서 더 많은 버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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