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20년 역사를 가진 중국 상하이(上海)의 대표적 진보서점인 지펑(季風)서원이 당국의 이념 통제 여파로 문을 닫는다고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7일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 2013년 상하이도서관 지하철역에 개점한 지펑서원의 마지막 남은 지점이 내년 1월 말 임대계약이 만료되는대로 폐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펑서원 설립자 옌보페이(嚴搏非)로부터 5년전에 최대 지분을 매입한 위먀오(于묘<水 아래 水水>)는 상하이도서관이 자체 용도로 건물을 재사용하기로 해 다른 장소를 물색했지만, 당국이 서점 이전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위먀오는 "문화·창의센터 등 일부가 좋은 가격이나 임대료 무료 혜택을 제공하며 서점 개점을 요청했지만, 현지 문화청이 이들 임대인에게 지펑서원의 입점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위먀오는 그러면서 동부 지역의 다른 도시에 지펑서원을 개점할 계획이지만, 당국 반응을 최종 확인하기 전까지는 이런 계획이 결실을 볼지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하이의 학자 장쉐중은 지펑서원의 폐점이 당국이 이념적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취한 일련의 움직임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학자는 "이는 국제적 허브로서 상하이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지만, 당국이 정치적 안정을 더 신경썼다"며 "당국은 더 자유로운 사회적, 문화적 행사를 원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1997년 상하이 산시난루(陝西南路)역에 개설된 지펑서원은 2013년 도서관역으로 이전한 이후 매년 150∼200차례 세미나를 개최했지만, 당국의 반대로 매년 6차례꼴로 세미나가 취소됐다.
작년에는 남중국해와 입헌주의, 현대 중국의 기업가와 지식인의 운명 등에 관한 세미나 5차례가 취소됐으며 올해는 칭화(淸華)대 친후이(秦暉) 역사학 교수와 퉁즈웨이(童之偉) 화둥(華東)정법대 교수가 각각 세계화 관련 문제와 중국 감독 체계 개혁을 주제로 열려던 세미나가 취소됐다.
지펑서원 팬들은 폐점일까지 남은 날을 표시한 입구의 대형 보드에 "독립적 사고와 민주주의 의식을 유지하자. 지펑이 사회 진보를 촉진했다. 항상 당신을 지지하겠다" 등 폐점에 대한 아쉬움을 표시하는 쪽지를 게시했다.
위먀오는 지펑서원 같은 곳이 사회와 문화 발전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당국의 통제가 완화되면 상하이에 다시 서점을 개설하고 싶다며 모순과 부조리가 오래 유지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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