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팀서 '민정 문건' 일부 이관…'정무 문건'도 같은 경로로 넘어올 듯
검증 거쳐 수사·재판 자료로 활용할 전망…우병우 등 추가 수사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고동욱 기자 = 검찰이 청와대 캐비닛에서 발견된 박근혜 정부 민정비서관실 문건들을 넘겨받아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일단 문건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수사 대상과 범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도 1천361건의 전 정부 문서가 무더기로 추가 발견됐다고 청와대가 이날 공개해 향후 검찰의 수사 범위가 더 넓어질 가능성도 관측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관계자는 17일 "특검에서 청와대에 공문으로 요청해 민정수석실 문건을 제출받았다"면서 "특검은 수사기간이 종료돼 수사권이 없으므로 작성 경위 등 수사가 필요한 부분은 검찰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는 특검팀으로부터 이관 받은 문건 일부에 대해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특검이 넘긴 문건 사본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 재판과 관련한 문건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은 특검이,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은 검찰이 공소유지를 각각 맡고 있다.
이첩 자료에는 현재 수사 중인 사건과 관련되거나 검찰의 추가 수사에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자료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단체 불법 지원 의혹(화이트 리스트) 사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검찰 수사 개입·관여 의혹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문건이 재판에서 사용되려면 원작성자가 임의로 만들거나 위·변조한 게 있는지 '진정성립' 여부를 판단하고 이어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증거능력'이 있는지를 살피게 된다. 작성자가 직접 체험한 내용을 적었는지, 적법한 방법으로 수집한 것인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이 단계를 넘어 증거로 채택되면 혐의를 증명할 수 있는 '증명력'이 있는지를 검증하게 된다.
특검과 검찰은 이런 점을 고려해 증거로 제출할 수 있는 자료를 검토하고 작업이 일단락되는 대로 재판과 수사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캐비닛 문건을 토대로 우 전 수석의 검찰 수사 개입·관여 의혹 등으로 추가 수사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청와대가 발표한 '정무수석실 발견 문건'도 마찬가지로 특검을 거쳐 검찰로 넘어올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경내 정무수석실 소관 사무실에서 박근혜 정부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 결과를 비롯한 1천361건의 전 정부 청와대 문서를 추가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서 중에는 삼성 및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내용, 현안 관련 언론 활용 방안 등이 포함돼 있고, 위안부 합의와 세월호, 국정교과서 추진, 선거 등과 관련해 적법하지 않은 지시사항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이 관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세월호 수사 외압' 등의 수사에 속도를 붙일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편 우 전 수석은 '캐비닛 문건'의 존재를 모른다고 밝혔다. 우 전 수석은 이날 오전 중앙지법에서 열린 자신의 재판에 출석하던 중 캐비닛 문건의 존재에 관한 취재진 질문에 "언론 보도를 봤습니다만, 무슨 상황인지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고 말했다.
자료를 먼저 검토한 특검도 캐비닛 문건 활용에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특검팀은 이날 이 부회장 재판에서 청와대 문건과 관련해선 언급을 하지 않았다.
앞서 청와대는 민정비서관실 공간을 재배치하던 중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가 작성한 것으로 300여종의 문건과 메모를 발견했다고 14일 공개하고 사본을 특검에 넘겼다.
문건에는 당시 청와대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한 내용과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의결권 관련 사안을 논의한 것으로 보이는 메모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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