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의대 연구팀, 여성 4천621명 연관성 분석결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비만하다고 해서 급작스럽게 살을 빼는 건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만한 여성이 단기간에 과도하게 살을 빼면 오히려 체중변화가 없는 경우보다 생리가 불규칙해질 위험이 최대 6배 가까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승환 서울성모병원 내과 교수팀은 2010∼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19∼54세 여성 4천621명을 대상으로 체중변화와 생리불순 사이의 연관성을 평가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8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대한내분비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Endocrinology and metabolism) 최근호에 발표됐다.
비만은 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일 때를 말한다. 또 여성의 경우 허리둘레가 80㎝ 이상이면 복부비만으로 본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여성은 19.4%가 비만, 23.7%가 복부비만으로 각각 분류됐다.
연구팀은 1년 전에 대비한 체중변화를 5개 그룹(6∼10㎏ 감소, 3∼6㎏ 감소, 변화 없음, 3∼6kg 증가, 6∼10kg 증가)으로 나눠 생리불순과의 상관관계를 살폈다.
이 결과 살이 더 찌거나 빠지는 등의 체중변화가 생리불순에 미치는 영향은 비만과 복부비만인 여성에서만 관찰됐다.
연구팀은 비만·복부비만인 여성이 1년 이내에 3㎏ 이상의 체중변화가 있으면 생리를 불규칙하게 할 위험도가 체중감소 때 1.74배, 체중증가 때 1.45배 각각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 중에서도 체중이 6∼10㎏ 감소한 비만 여성은 체중변화가 없는 여성보다 생리를 불규칙적으로 할 위험도가 5.71배까지 치솟았다. 1년 사이에 체중이 6∼10㎏ 더 늘어난 비만 여성도 그 위험도가 3.65배 상승했다.
생리는 평균 28일을 전후해서 개인마다 길거나 짧을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주기가 규칙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규칙적인 생리가 정상적인 성호르몬의 기능과 가임 능력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신체 건강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생리주기가 불규칙한 여성은 규칙적인 여성보다 더 비만한 것은 물론이고 총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저밀도콜레스테롤(LDL) 수치가 높았다. 또 당뇨병과 대사증후군을 가진 경우도 많았다.
따라서 이번 연구결과는 여성이 비만에서 벗어나기 위해 살을 뺄 때도 급격한 체중감량보다 꾸준한 운동과 식이요법 등을 통해 서서히 빼는 게 좋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비만은 많은 합병증과 관련이 있고 비만한 여성은 다낭성난소증후군, 불임, 생리 장애를 비롯한 생식기 질환으로 잦은 고통을 겪는다"면서 "적절한 체중 관리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비만여성의 급격한 체중변화가 생리주기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밝힌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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