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부패 기치 든 文대통령…'사자방' 비리사정 휘몰아치나

입력 2017-07-17 17:43   수정 2017-07-17 21:03

反부패 기치 든 文대통령…'사자방' 비리사정 휘몰아치나

'수리온' 고리로 적폐청산형 사정정국 본격화…"방산비리는 이적행위"

4대강·면세점·민정수석 문건 줄줄이 수사선상…前정권 비리 타깃

反부패協 '사정 컨트롤타워'로 부활…제도적·지속적 사정 예고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그동안 별러온 반(反) 부패 사정 드라이브를 공식화하고 나섰다.

감사원이 16일 발표한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한 것이 직접적 고리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1조3천억원을 들여 개발한 수리온이 부실덩어리 무기체계였다는 충격적 사실이 드러나면서 방산비리가 최우선적으로 다뤄야 할 '적폐청산'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안보에 구멍을 뚫는 이적행위"라고 규정한 것은 이번 사안을 얼마나 엄중하게 다뤄나갈 것인가를 예고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방산비리 척결은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애국과 비애국의 문제로 더는 미룰 수 없는 적폐청산 과제"라며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성역없는 사정'을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단순히 방산비리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영역에 걸친 '적폐청산형' 사정수사가 전방위적으로 전개될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감사원이 지난달 중순 4대강 사업에 대한 네번째 감사결정을 내린데 이어 지난 11일 면세점 선정비리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청와대가 지난 14일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실 캐비닛 문건을 공개한 것과 맞물리면서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에 대한 권력형 비리 사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대두하고 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4대강 비리와 자원외교 비리, 방산비리 등 이른바 '사자방' 비리를 조사해 부정축재 재산을 모두 환수하겠다는 뜻을 거듭 표명한 바 있다. 지난 5월 특수통 사정수사의 귀재로 불리는 윤석열 서울지검장을 발탁 기용한 것 자체가 이 같은 초대형 수사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이야기가 검찰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참여정부 때 설치·운영돼온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를 부활시키겠다고 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의미가 커보인다. 과거 정권 교체기 때마다 통과의례식으로 등장해온 '몰아치기'식 사정이 아니라 상시적인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제도적이고 지속적으로 사정작업을 추진해나갈 것임을 예고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04년 1월 대통령 훈령으로 설치된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는 이후 아홉차례에 걸쳐 회의가 열려 노무현 정부의 반부패 사정작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유명무실화되기는 했으나 해당 협의회에는 검찰과 경찰, 국세청, 금융감독당국을 비롯해 사정과 관련된 기관장 거의 전원이 참여하고 있어 이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위력'이 달라질 것으로 분석된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통령 주재의 반부패 컨트롤타워를 복원하는 것은 반부패 대책 추진 뿐만 아니라 국민의 체감도를 높이는 데도 효율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변인은 특히 "해외 무기도입 관련 거물 브로커 개입 등 방산분야의 구조적 비리를 적발하기 위해서는 사정기관별 단편적인 활동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청와대 반부패 비서관실 주도로 유관기관 협의회를 열어 방산비리 근절 활동을 종합적이고 속도감 있게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수면 위로 떠오른 수리온 감사결과에 대한 검찰수사가 사정수사의 향방을 가늠해보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또 다른 방위산업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KAI가 설상가상의 상황에 놓인 가운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강대 동창생인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이 집중 표적으로 떠올랐다.

앞으로 KAI 방산비리에 대한 수사 진행상황에 따라 사건의 범위가 전 정부 '윗선'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여권 내에서는 이 같은 사정 드라이브가 정치적 보복이나 '인적 솎아내기'식으로 비쳐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rh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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