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TR 주최 공청회에서 지재권·서비스는 긍정…철강·제조업은 비판
(세종=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미국 내 산업별로 한미 FTA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미국 당국이 한미 FTA에 대한 평가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는 가운데 미국 업계 이익단체가 이처럼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냄에 따라 향후 양국 개정협상 전략에도 상당한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한국무역협회 워싱턴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27~29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개최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현대화를 위한 공청회'에서 철강, 제조업 분야는 미국 정부의 주장처럼 한미 FTA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재권, 서비스 분야는 오히려 한미 FTA는 잘 만들어진 무역협정이라고 다른 의견을 냈다.
이날 공청회는 나프타와 관련해 열렸지만 참석한 업계들은 한미 FTA와 나프타를 비교하며 장단점을 분석하는 분위기도 조성됐다고 무역협회 워싱턴지부는 설명했다.
USTR은 지난 5월 18일 나프타 재협상 의사를 의회에 전달하고 지난달 137개 업체를 불러 모아 이 같은 공청회를 개최했다.
무역협회 워싱턴지부에 따르면 미국영화협회는 이번 공청회에서 한미FTA의 지재권 보호조항을 높게 평가했으며 나프타에도 동일하게 적용하라고 권고했다.
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협회는 "한미 FTA는 지재권 보호조항에 구체적인 예외조항을 명시해 조항해석의 불투명성을 해소했다"며 "향후 나프타 현대화의 좋은 롤모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농업·낙농업 분야도 한미FTA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국곡물협회는 "한미FTA가 보여준 긍정적 영향을 토대로 나프타의 협상의제를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미국곡물협회 칩 카운셀 회장은 최근 농업전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미국 농업의 큰 고객이자 충실한 파트너다. 미국 농가와 농업 관련 기업은 한미 FTA가 발효한 이후 상호 호혜적인 무역협정의 가치를 평가해왔다"며 한미 FTA의 순기능을 높게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에서는 금속·철강·제조업 분야를 중심으로 한미 FTA의 부정적 영향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미국제조자연합회는 "나프타 협정의 원산지 규정 기준을 강화해 협정국에 대한 특혜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조업체인 티타늄금속사도 "한미 FTA 발효 후 원산지 규정의 허점을 악용하는 사례 등으로 미국 티타늄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봤다"고 맞장구쳤다.
미국서부제지노동자협회는 "오바마 행정부는 한미 FTA로 인해 미국 내 7만 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홍보했으나 실제로는 협정 발효 후 4년간 10만여 개의 일자리 피해가 생겼고 무역수지 적자가 2배 이상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지부는 "미국 내 산업 간에도 이해관계에 따라 서로 다른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은 국내 산업보호를 최우선시하는 것에 대한 정치적 우호 여론을 얻기 위한 것 외에 뚜렷한 목표나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나프타의 쟁점은 한미FTA에서도 쟁점이 될 수 있다"며 "나프타 공청회에서 나타난 미국 산업별 의견을 검토해 한미FTA의 긍정적 효과를 지속해서 홍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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