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빼돌려 횡령 혐의…아들·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 무혐의
2011년엔 담 회장이 '회삿돈으로 미술품 구매'로 횡령 유죄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횡령·탈세 등 혐의로 고소·고발당한 담철곤(62) 오리온 회장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부인 이화경(61) 부회장이 수사 과정에서 4억여원 상당의 회사 미술품을 빼돌린 혐의가 드러나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2011년 담 회장이 유사한 혐의로 처벌받은 바 있는데, 이번에는 부인이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이진동 부장검사)는 담 회장을 무혐의 처분하고, 이 부회장은 업무상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8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회사가 보유한 미술작품의 매입·매각, 전시, 보존 임대 등 관리업무를 총괄하면서 일부를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그룹 창업자의 딸인 이 부회장은 외식업과 문화·연예 사업 분야의 '여걸'로 업계에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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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은 2014년 2월 경기 양평군 오리온 양평연수원에서 보관하던 회사 소유 미술품인 마리아 퍼게이(Maria Pergay)의 '트리플 티어 플랫 서페이스드 테이블'(Triple tier Flat-surfaced Table)'을 계열사 임원을 시켜 자택에 놓아둔 혐의를 받는다.
이 작품은 시가 2억5천만원 상당이며, 이 부회장은 집에 진품을 가져가는 대신 연수원에는 모조품을 갖다 놓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부회장은 2015년 5월 용산구 오리온 본사 부회장실에 걸어놓은 장 뒤뷔페(Jean Dubuffet)의 '무제(Untitled)'를 빼돌려 자택에 옮겨놓기도 했다.
이 작품은 오리온이 계열사 쇼박스로부터 빌린 것으로 가치는 1억7천400만원 상당에 이른다.
애초 이 사건은 시민단체들이 올해 3월 담 회장이 회사 소장 미술품을 횡령했다며 고발해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 관계자는 "담 회장의 혐의점을 찾을 수 없었지만, 수사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혐의를 인지해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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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검찰은 담 회장에 대해 제기된 2건의 고소·고발도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지난 2월 동양채권단 비상대책위원회 등은 담 회장과 아들을 증여세 포탈 혐의로 고발했다. 담 회장의 처형인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도 동양사태 피해자들의 강제집행을 면하기 위해 재산을 은닉했다며 함께 고발했다.
이에 이 전 부회장은 "선친에게 상속받은 아이팩 주식을 담 회장이 부당하게 가로챘다. 금액을 받게 되면 동양사태 피해자들 변제용으로 사용할 것"이라며 제부(弟夫)인 담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담 회장과 아들, 이 전 부회장 모두를 무혐의 처분했다.
앞서 담 회장은 2011년 고가 미술품을 법인자금으로 사들여 자택에 걸어두는 등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항소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2013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이혜경 전 부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은 동양그룹 창업주 고(故) 이양구 회장의 첫째, 둘째 딸로 이들의 남편인 현재현 전 동양 회장과 담 회장은 동서지간이다. 동양그룹과 오리온그룹은 2001년 분리된 '형제' 그룹이다.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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