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치학자 존 킨 '민주주의의 삶과 죽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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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호주 출신의 정치학자인 존 킨 시드니대 교수가 쓴 '민주주의의 삶과 죽음'(교양인 펴냄)은 제목이 시사하듯이 민주주의를 총체적으로 다룬 책이다.
책은 고대 그리스 민회로 대표되는 회의체 민주주의부터 지금 우리가 민주주의 전범처럼 받아들이는 대의제 민주주의에 이르기까지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묶을 수 있는 다양한 정치 제도의 흥망성쇠를 보여준다.
특히 민주주의가 서구의 전통이라는 통설에 맞서 고대 시리아-메소포타미아부터 라틴아메리카와 인도, 아프리카, 동아시아 등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했던 곳의 민주적 체제를 살펴보는 데 주력한다.
세계 최초로 비밀투표를 도입한 선거관리 전문가 부스비, 19세기 흑인 노예와 여성의 해방을 역설했던 앤젤리나 그림케, 1989년 벨벳 혁명을 통해 체코 민주화를 만든 시민 등 우리가 알지 못했던 '민주주의 영웅'들이 소개된다. 1천 쪽을 넘는 '벽돌책'임에도, 이러한 흥미로운 이야기들 덕분에 책장이 수월하게 넘어간다.
책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파수꾼 민주주의'(Monitory Democracy) 개념이다.
70년 전쯤 세계 곳곳에서 태동한 '파수꾼 민주주의'는 정부나 국제기구 등 타인에게 권력을 행사하는 모든 조직과 사람들을 공적으로 감시하고 통제하는 형태의 민주주의다. 시민의회와 공익소송, 주민참여 예산 제도 등이 권력을 소유한 조직과 사람들을 겸손하게 만드는 '파수꾼'들이다.
저자는 이제 대의 민주주의 시대에서 '파수꾼 민주주의' 시대로 넘어갔다고 선언한다. 정례적으로 치러지는 선거, 경쟁적인 정당 제도, 의회와 같은 기존의 민주주의 장치들이 한계를 보이는 상황에서 '파수꾼'의 역할과 가치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판차야트'라 불리는 자치 제도, 소수자 집단을 위한 의무적 할당제 등이 작동하는 인도는 '파수꾼 민주주의'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현장 중 하나다.
저자가 10여 년간 매달렸다는 이 책은 2009년 영국에서 발간됐다. 촛불집회와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민주주의 담론이 쏟아지기 시작한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 흥미롭게 읽힐만한 책이다.
양현수 옮김. 1천152쪽. 3만9천 원.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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