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게나 버리지 마라"…골칫덩이가 된 쓰레기의 재발견

입력 2017-07-18 14:54  

"아무렇게나 버리지 마라"…골칫덩이가 된 쓰레기의 재발견

국립민속박물관, 특별전 '쓰레기×사용설명서' 19일 개막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신문지 5개월, 나무젓가락 20년, 수건 40년, 알루미늄 캔 500년, 소주병 100만년, 스티로폼 무한대.

우리가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가 분해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편의성을 위해 발명된 일회용품은 대부분 재활용되지 않고 쓰레기가 된다. 전통사회에서 거의 나오지 않았던 쓰레기는 현대에 들어 폭발적으로 늘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19일부터 개최하는 특별전 '쓰레기×사용설명서'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풍조 속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를 조명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개막에 앞서 18일 열린 간담회에서 기량 국립민속박물관 전시운영과장은 "쓰레기를 사회학, 민속학의 관점에서 살펴본 국내 최초의 전시"라며 "이제는 우리가 쓰레기에 대해 고민해볼 시점"이라고 밝혔다.





세부 주제는 크게 '쓰레기를 만들다', '쓰레기를 처리하다', '쓰레기를 활용하다' 등 3개로 구성됐지만, 전시 공간은 2개로 나뉜다.

제1부와 제2부에 해당하는 첫 번째 공간에서는 다양한 매체로 현대인이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버리고 있는지 설명한다. 4인 가족과 개인의 생활 모습을 찍은 영상을 상영하는 한편, 그들이 발생시킨 쓰레기들을 재현해 보여준다. 문명의 이기로 불리는 전자제품이 양산되면서 쓰레기가 폭증했다는 사실도 지적한다.

이어 두 번째 공간으로 넘어가면 1960∼1970년대 평범한 가정의 방 한 칸이 복원돼 있다. 상에는 라면 봉지로 만든 보자기가 있고, 구석에는 오랫동안 사용해 낡은 물품들이 진열돼 있다.

기 과장은 "수십 년 전에는 엿장수나 뻥튀기 장수에게 고물을 줬고, 이렇게 모인 폐품은 재활용됐다"며 "지금은 폐자원을 모으기보다는 내버리는 것이 일반적이 됐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결국 '쓰레기를 줄이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재활용을 활성화하고, 물건을 오래 쓸 수밖에 없다. 안동 골동품상에서 백자 사발을 3만원에 구매해 들고 다니면서 막걸릿잔으로 쓰는 이기진 서강대 교수, 아버지의 손가방을 딸의 일기장 보관함으로 사용하는 김현정 씨의 사례가 소개됐다.

전시에서는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부인이 보내준 치맛감에 글을 쓴 '하피첩', 영조 태실의 돌난간 조성 과정을 기록한 책인 '영조대왕 태실 석난간 조배의궤', 해남 고산 윤선도 유물전시관이 소장하고 있는 '미인도' 등 쓰레기로 취급돼 버려질 뻔했던 유물 3점도 함께 공개된다.

아울러 설치미술가 최정화와 김종인 서울여대 교수가 쓰레기로 만든 예술품도 선보인다. 이번 여름에 쓰레기라는 동일한 주제로 전시를 하는 프랑스 국립유럽지중해문명박물관(MuCEM)의 영상도 볼 수 있다.







전시장 마지막 부분에는 안재동 시인의 시 '쓰레기'가 쓰여 있다.

"누군가는 열심히 새것을 만들고/ 그것을 사용하는 누군가는/ 어느 시점엔가는 쓰레기 따위로나 버릴 것이고/ 그것을 누군가는 어쩌다 주워가기도 할 것이다// (중략) // 쓰레기/ 아무렇게나 내팽개치지 마라"

전시는 10월 31일까지 이어진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에코백과 장난감을 무료로 교환하는 코너를 운영하고, 8월 12일까지는 매주 토요일에 우산을 무료로 수리해준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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