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 증인으로 나와 특검 주장 반박…특검 "경영권 승계 위한 구상"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방영민 삼성생명 부사장은 18일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추진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엔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주장했다.
이는 삼성그룹이 삼성생명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해 총수 일가의 추가 자본 투자 없이 금융 계열사의 지배력을 강화하려 했고 이를 통해 경영권 승계를 공고히 하려 했다는 박영수 특검팀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방 부사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에 피고인 측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주장했다.
방 부사장은 "삼성생명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자는 아이디어는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 4) 2단계 시행에 대비해 제가 김창수 사장에게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새 국제회계기준이 적용되면 삼성생명의 부채는 대폭 증가하는 반면 자본은 감소하게 돼 재무건전성이 나빠지고, 결과적으로 고객들에 대한 지급여력비율이 낮아져 자본 확충 방안이 필요했다는 게 방 부사장 주장이다.
그 방안 중 하나로 삼성생명을 금융지주사로 전환해 외부 차입을 끌어오거나 금융 자회사들에서 배당을 받는 방식 등을 고려했다는 설명도 내놓았다.
그는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면 경영권 승계엔 오히려 불리하다"고도 주장했다.
삼성생명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게 되면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3.2%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되면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대주주의 지배력은 약화한다는 게 방 부사장의 주장이다.
그는 "삼성생명은 대주주 지분율이 50%가량 되는데, 지주회사로 전환해 그 지분율을 추가로 높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도 말했다.
방 부사장은 금융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삼성생명 관계자가 아닌 그룹 미래전략실 이승재 전무가 금융위원회에 '사전 검토'를 의뢰한 이유에 대해선 "이 전무가 금융위 손병두 국장과 친분이 있어 이 전무가 설명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검팀은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미래전략실이 주도해서 추진했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특검팀은 "증인은 새 국제회계기준 시행 때문에 지주사 전환 아이디어를 냈다고 주장하지만, 금융위에 최초로 제출한 계획 보고서엔 관련 내용이 기재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회계기준 시행이 금융지주사 전환과는 직접 관계가 없는데도, 특검에서 이 사안을 들여다보자 마치 배경으로 끼워맞춰 설명하는 것 아니냐"며 증언의 신빙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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