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발표 때 유족 한(恨) 풀어줬다고 했지만 풀어준 것 없다"
(대구=연합뉴스) 류성무 기자 = "딸 아이가 어떻게 죽었는지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이 사건 공소시효는 없는 겁니다. 대한민국에 법이 살아 있다면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믿습니다."
19년 전 대구에서 일어난 여대생 성폭행 사망 사건 피해자 정은희(당시 18세)양의 아버지 정현조(69)씨는 18일 대법원이 범인으로 지목된 스리랑카인 K(51)씨에게 무죄 확정 판결을 한 소식을 듣고서도 예견을 했다는 듯이 비교적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사건이 사실상 영구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에는 즉각 반응했다.
정씨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실을 밝히는 것이 민주주의 국가다"며 "우리나라가 민주국가라면 사건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998년 10월 17일 새벽 대학교 1학년이던 딸이 대구 달서구 구마고속도로(현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직후 생업을 포기하다시피 하며 의문을 풀기 위해 뛰어다녔다.
수사 경찰관은 물론이고 부검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등을 직접 만났다.
전문가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경찰이나 검찰 수사 내용에 의문점이 많아졌다.
그는 대법원 사건 심리 전부터 "검찰이 궤도를 이탈해 자신들 수사 발표를 합리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딸이 스리랑카인 노동자 3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달아나다 고속도로에서 변을 당했다는 수사 결과를 그대로 다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정씨는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유전자(DNA) 분석 결과는 동물이냐, 사람이냐만 구분할 수 있는 것으로 범인을 특정할 수 없고 부검의 소견서도 단순 교통사고가 아닐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며 "대법원 무죄 판결은 예상한 것이다"고 했다.
또 "수사 발표 당시 유족 한(恨)을 풀어줬다고 이야기했지만 풀어준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도 밝혔다.
그는 "전국에 안 돌아다닌 곳이 없을 정도로 사건 실마리와 관련한 것이라면 다 쫓아다녔고 낯선 법률 용어나 의학 용어도 하나씩 깨우치며 의문이 풀릴 날을 기다렸다"며 "가족은 사건 이야기를 꺼내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하는 상황이다"고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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