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연속성 강조…"정권교체에도 빈틈 생겨서는 안돼"
군의 역할 부각…"국방은 국가 존립과 생존이 달린 문제"
합참의장 "아홉 분 통수권자 모셨지만 처음 있는 일…감사하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전 정부에서 임명한 군 최고 수뇌부를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하며 예우한 것은 최근 방산비리 의혹 등으로 어수선한 군심(軍心)을 다독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5월 26일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한 장관들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한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연속성이 매우 중요하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단절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는데, 이날 군 지휘부 오찬에서도 "국방은 정권이 교체되거나 지휘관이 바뀐다고 해서 틈이 생겨서는 안 된다"며 빈틈없는 국방의 연속성을 강조했다.
또 이날 오찬은 강도 높은 방산비리 수사를 앞둔 군의 사기 위축을 우려해 마련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군은 새 정부 출범 초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추가 반입 보고 누락 파문으로 이미 한차례 된서리를 맞은 바 있다.
여기에 최근 감사원 감사결과로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 개발과정에서 방산비리 의혹까지 불거졌다.
문 대통령은 17일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방산비리는 단순한 비리를 넘어 안보에 구멍을 뚫는 이적행위에 해당한다"며 직접 엄정한 수사를 당부했다.
이에 청와대는 18일 반부패비서관 주재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감사원 등 9개 사정기관의 국장급 실무자가 참석한 가운데 '방산비리 근절 유관기관협의회'를 개최하는 등 본격적인 방산비리 척결 작업에 돌입했다.
이처럼 새 정부 출범 이후 군 입장에서는 악재가 집중되면서 성실하게 국방에 전념해온 군 장병·지휘관의 사기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이날 오찬을 통해 국방을 책임진 군의 역할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군의 자부심을 세워주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방산비리는 일부 부패한 군 관계자의 문제일 뿐 성실하게 국방의 의무를 수행해온 군 장병·지휘관과는 무관하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가를 유지하는 기둥들이 많은데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국방과 경제다. 경제는 조금 더 잘 살기 위한 문제지만, 국방은 국가의 존립과 생존이 달린 문제"라며 국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2.4% 수준인 국방예산을 임기 내 2.9%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의 각별한 예우에 군 최고 지휘부도 감사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순진 합참의장은 "아홉 분의 대통령님을 국군통수권자로 모셨는데 전역을 앞둔 군인을 초청해 따뜻한 음식을 대접해주시고, 격려해주신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감동적이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합참의장은 42년간의 군 생활을 회고하면서 "42년간 마흔다섯 번의 이사를 했고, 동생들 결혼식에도 한 번도 참석 못 했다"며 "이것이 분단 상태인 조국을 지키는 대한민국 군인의 숙명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무기체계를 고도화하더라도 군의 정신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군이 자부심을 통해 강한 정신력을 가질 수 있도록 대통령께서 잘 이끌어달라"고 말했다.
이날 오찬 간담회에는 한민구·송영무 전·현 국방부 장관, 이순진 합참의장, 육·해·공군 참모총장, 임호영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전진구 해병대 사령관, 조현천 기무사령관 등이 참석했다.
이 가운데 엄현성 해군 참모총장과 전진구 해병대 사령관은 임명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유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으나, 나머지 지휘관은 대부분 교체 대상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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