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군사 당국 회담과 적십자 회담을 개최하자는 우리 정부의 대북 제의에 대해 미국과 일본이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미국은 17일(현지시간)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지금은 대화 조건과 거리가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도 "지금은 압력을 가할 때"라며 시기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에서 공조를 약속한 한미일 연대에 이상 징후가 나타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한미일 정상이 독일 함부르크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별도 만찬을 갖고 공동성명까지 발표하며 대북정책 공조를 과시한 게 불과 열흘 남짓 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개별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하고 남북대화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그런 분위기에 비춰 두 나라의 이런 반응은 다소 의외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우리 정부의 회담 제의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을 묻는 말에 그건 한국 정부에 물어봐야 할 사안이라고 답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에도 (대화를 위해) 충족해야 할 조건들이 지금과는 분명히 거리가 있다는 점을 명백히 밝혀 온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미 국무부와 국방부도 기자들의 질문에 '한국 정부에 물어보라'며 논평을 피했다고 한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발사 이후 미국 주도로 제재와 압박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나온 우리 정부의 대북 회담 제의에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하겠다. 뉴욕을 방문 중인 기시다 외무상도 기자들과 만나 "한미일 정상회의에서도 지금은 압력을 가할 때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혀 그런 분석에 힘을 실었다. 우리 정부는 북한에 제의한 회담이 본격 대화가 아니고 남북 간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초기적 단계의 접촉이라면서 "미국이나 한국이 이해하는 본격 대화와는 거리가 있고, 한미 간에 큰 (인식) 차이는 없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에 남북대화의 조건을 말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스파이서 대변인이 밝힌 '조건'이 남북대화가 아니라 북한의 핵 동결과 비핵화로 나아가는 본격적 대화의 조건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정부 측 설명은 옳은 듯하다.
어쨌든 북한이 회담 제의에 이렇다저렇다 반응하기도 전에 미·일이 반대하는 듯한 반응을 보며 정부로서는 적잖게 불편한 상황인 것 같다. 우리 당국은 대북 회담 제의에 앞서 서울과 워싱턴의 외교 경로를 통해 미국 측에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난달 30일 한미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의 평화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했고, 인도주의적 사안을 포함한 문제들에 대한 남북 간 대화를 재개하려는 문 대통령의 열망을 지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회담 제의가 공동성명에 명시된 대화의 연장 선상에서 이뤄졌다고 볼 때 스파이서 대변인의 논평은 다소 엉뚱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경위야 어떻든 대북정책을 놓고 한미 또는 한미일 공조가 흔들리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미국, 일본 등 우방국들과의 사전조율과 정보 공유를 더 세심히 관리해 이런 불협화음이 다시 들리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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