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포퓰리즘의 세계화'…"지배적 정치규범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경고신호"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지금은 다소 주춤한 상황이긴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과 유럽의 포퓰리즘 정당 약진으로 세계적으로 포퓰리즘이 득세하는 듯한 현상이 나타났다.
이처럼 비슷한 시기 세계적으로 포퓰리즘이 부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간 '포퓰리즘의 세계화'(메디치 펴냄)는 미국의 정치·사회분야 전문 저술가인 존 주디스가 이런 질문에 대해 답하는 책이다.
저자는 국민이 자신의 희망, 두려움, 관심사와 지배적인 정치규범이 서로 충돌한다고 여기는 시기에 포퓰리즘이 등장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므로 포퓰리즘의 등장은 지배적인 정치규범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경고신호라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에서 트럼프라는 포퓰리스트가 득세한 것은 그동안 미국 사회에 합의됐던 신자유주의에 대해 사람들의 반감이 거세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경선 후보로 나섰던 버니 샌더스 역시 좌파적 입장이라는 것만 다를 뿐 신자유주의적 합의에 반대하는 또다른 포퓰리스트로 평가한다.
포퓰리스트들은 문제가 되는 상황을 때론 극단적인 방식으로 드러낸다. 우익 포퓰리스트 집단과 선거운동은 인종차별, 이민배척, 외국인혐오 등의 성향을 보인다.
저자는 우익 포퓰리스트가 이슬람교를 극단주의 원인이 되는 종교로 보거나 이슬람교도에 대한 공개적 탄압을 옹호하는 것은 잘못됐지만, 이들이 지적하는 문제 자체는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최하층 이민자 공동체에 문제가 있고 비숙련 이민으로 임금 체계가 무너지고 있으며 공공부문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지적 자체는 맞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또 유럽에서 포퓰리스트들이 주장하는 유럽연합과 유로화의 기능 장애 문제 역시 제기된 내용 자체는 옳은 것이라고 본다. 이처럼 포퓰리스트들이 파고드는 지점은 그 방식이 극단적이라는 문제점은 있지만 그들이 제기한 문제 자체는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과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포퓰리스트들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미국과 유럽에 대해 다르게 전망한다. 미국에서는 단기적으로 신자유주의를 뒤집고 정당을 재편성하는 정치적 대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신자유주의의 붕괴보다는 쇠퇴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유럽에서는 포퓰리스트 정당이 탄생한 계기가 됐던 유럽연합 안으로의 이민과 북아프리카·중동국가로부터의 망명 허용 등 같은 사회·경제적 압박이 여전한 만큼 영국에 이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는 다른 나라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본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유럽은 1차대전 이후 시도했다 실패로 돌아갔던 유럽연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원서는 'The Populist Explosion'이라는 제목으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직전인 2016년 10월에 출간됐다. 서병훈 해제. 오공훈 옮김. 284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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