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만큼만 갚는 주택대출 확대…단기 성과중심 성과급 제동
내년부터 ISA 비과세 한도 확대…재벌총수 금융사 개편도 주목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19일 발표한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는 1천4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위험 부담을 줄이고, 금융 분야 경제민주화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돈을 빌려주고 받을 수 있는 연간 이자가 원금의 20%로 제한된다. 대출 이자 부담을 덜어주는 취지다.
국정기획위는 내년부터 대부업법(금융회사와 개인 거래에 27.9% 적용)과 이자제한법(개인 간 거래에 25.0% 적용)의 최고금리를 일단 25%로 일원화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20%까지 낮추기로 했다.
이와 관련, 최종구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지난 1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영세 차주들의 금리 부담을 덜기 위해 (최고금리를) 내리는 게 맞다"며 "그 방향으로 가겠다"고 밝혔다.
최 후보자는 단계적 인하 방안과 관련, '임기 내 24%까지는 내리겠느냐'는 질문에 "그 정도는 하겠다"고 답변했다.
다만 최고금리 인하는 인기영합주의라는 비판 역시 만만치 않다. 시장에서 결정돼야 할 가격에 사실상 정부가 상한을 두는 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최고금리 인하가 서민 이자 부담이 덜어주기는커녕 저소득·저신용자가 비(非) 제도권 금융으로 밀려나는 부작용을 가져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정기획위는 '비소구 주택담보대출' 확대도 내놨다. 비소구 주택담보대출은 집값 범위 내에서만 갚는 '유한책임' 대출이다.
집값이 폭락해 집을 팔아도 대출을 다 갚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한 것이다. 비소구 주택담보대출은 집값이 폭락해도 집만 넘기면 남은 대출은 갚지 않아도 된다.
이런 상품은 일부 정책자금대출에 제한적으로 적용됐지만, 이를 2019년까지 민간으로 확대하겠다는 게 국정기획위의 구상이다.
또 국민행복기금과 공공기관에 진 빚은 올해 안에 정리하는 방안을 마련토록 했다. 금융회사가 빚 독촉을 포기해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채권추심·매각을 금지하는 방안도 담겼다.
국정기획위는 "상환 능력 중심의 여신심사체계를 도입해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국정기획위는 금융산업 진입 장벽을 낮추는 등 사전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대신 사후 규제를 강화한다. 금융산업 발전과 경제민주화를 함께 노리겠다는 것이다.
사후 규제에서 눈에 띄는 내용은 '징벌적 과징금'이다. 한 마디로 '못된 짓'을 한 금융회사에 무거운 과징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현재 징벌적 과징금은 2014년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같은 사례에만 '매출액의 3%'로 적용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금융 분야 과징금이 '손실 보상' 원칙을 넘어 징벌성을 띠면 금융회사 불완전 판매 등 불법·탈법 행위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며 "어디까지 적용할지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에 만연한 단기성과 중심의 고액 성과급 지급 관행을 깨는 것도 과제로 제시됐다. 문 대통령 공약과 별개로, 금융회사 건전한 경영을 위해 '먹고 튀는' 단기 성과주의를 근절해야 한다는 게 금융위 기조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등이 연관된 '제2금융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 제도 개선 방안도 내년 중 마련토록 했다.
이 부회장의 삼성생명 지분 승계가 가장 관심을 끄는 가운데 이들 재벌총수가 계열 보험·증권·카드사에 행사하는 지배력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주목된다.
해묵은 과제인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관련해선 금융위 정책·감독 조직 분리를 검토하고, 금융감독원도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 기능 분리·독립을 추진한다.
서민 지원 방안에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한도와 부분인출·중도해지 허용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최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당국과 세제혜택 등을 협의하고 있고, 중도인출도 가능하도록 검토하고 있다"며 "앞으로 좀 더 진전된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정기획위는 "국민 재산 형성, 노후 대비를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금융 상품 개발"을 과제 목표로 제시했지만, 결과물은 ISA 비과세 한도 확대밖에 내놓지 못했다.
또 사잇돌 대출 확대, 장발장은행 지원, 영업구역 내 재투자 등은 기존에 검토 또는 운영 중인 내용을 '재탕'했거나 지엽적 사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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