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난민수용 꺼리는 EU 압박…"난민에 임시비자 발급 고려"

입력 2017-07-19 00:38   수정 2017-07-19 10:01

伊, 난민수용 꺼리는 EU 압박…"난민에 임시비자 발급 고려"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들어오는 아프리카·중동발 난민의 최대 관문이 되며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이탈리아가 난민 수용을 꺼리는 유럽연합(EU)에 압박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탈리아 이외의 다른 나라의 항구도 난민 구조 선박에 개방해야 한다는 요구가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며 흐지부지되자 이번에는 난민에게 임시 비자를 발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음을 밝히고 나선 것이다.

마리오 지로 이탈리아 외교부 차관은 18일 좌파 성향의 일간 일 마니페스토와의 인터뷰에서 난민들이 EU 역내를 이동할 수 있도록 임시 비자를 내주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로 차관은 난민들에게 임시 비자 등의 발급을 추진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EU와)줄다리기 중"이라며 정부가 이 같은 구상을 하고 있음을 시인했다.

그는 "이탈리아는 일방적인 조치를 피하길 원하지만 난민들이 처음 도착한 나라가 그들을 수용해야 한다는 EU 규정의 엄격한 적용에 반대한다"며 "우리는 유럽의 난민 수용소로 전락하거나 우리의 난민 구조에 죄책감을 느껴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서는 유럽에 도착한 난민들과 관련해 무엇을 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유럽)모두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언제, 얼마나 많은 비자가 난민들에게 발급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앞서 영국 일간 더 타임스의 일요판 신문인 선데이 타임스는 지난 16일 이탈리아 정부가 난민 20만명에게 유럽을 여행할 수 있는 인도적 비자를 발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안젤리노 알파노 이탈리아 외교장관은 정부의 계획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부인한 바 있다.

하지만 지로 차관의 발언으로 이탈리아가 실제로 자국에 들어온 난민 일부가 유럽 다른 나라로 갈 수 있도록 비자를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음이 사실로 굳어졌다.

이탈리아는 2011년 '아랍의 봄' 직후에도 전쟁과 내전을 피해 북아프리카에서 입국한 난민들에게 체류증을 발급, 이들이 북유럽과 서유럽으로 향할 수 있는 길을 터줌으로써 많은 EU 국가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이탈리아가 이번에도 난민 비자 발급 카드를 꺼낸 것은 유럽 다른 국가들이 이탈리아에 집중되고 있는 난민 수용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이탈리아가 사실상 홀로 난민 부담을 짊어지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독일과 프랑스 등 쌍두마차를 포함한 EU 주변국들은 이탈리아가 난민 구조와 수용에 앞장서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찬사를 보내면서도 국내 반발 여론을 의식, 난민 부담을 나눠서 지려는 실질적인 노력은 거의 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이탈리아 내무부에 따르면 이탈리아에는 지난 3년 간 50만 명의 난민이 들어온 데 이어 올해 들어 현재까지도 유럽행 난민의 약 90%에 달하는 9만3천명의 난민이 발을 디뎠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17% 늘어난 숫자다.

한편, 이탈리아가 난민에게 비자를 주는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탈리아와 알프스 산맥 부근에서 국경을 맞대고 있는 오스트리아는 즉각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볼프강 소보트카 오스트리아 내무장관은 이날 발행된 독일 일간 빌트와의 회견에서 "오스트리아는 난민 유입이 과도하게 일어날 경우 24시간 안으로 이탈리아 접경지인 브레너 패스를 폐쇄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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