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납품 속옷이 '땡처리' 매장에…영업부장이 빼돌려 판매

입력 2017-07-19 08:42   수정 2017-07-19 09:32

백화점 납품 속옷이 '땡처리' 매장에…영업부장이 빼돌려 판매

속옷 반품 전화 받은 회사 대표, 경찰과 현장 적발…"카드빚 갚으려 범행"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부산에서 연간 4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속옷 회사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회사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상대방은 구매한 내의가 불량이라며 A씨에게 반품을 요청했다.

구입처가 어디냐고 물은 A씨는 전남 화순의 한 땡처리 매장이라는 대답을 듣고 깜짝 놀랐다.


전남 화순은 A씨 회사 제품의 거래·납품 지역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A씨는 경찰서에 이 사실을 신고하고 경찰과 함께 문제의 땡처리 매장을 찾아 나섰다.

A씨는 경찰과 며칠 간의 잠복 끝에 전남 화순의 한 임대 점포에서 회사 속옷이 헐값에 팔리고 있는 현장을 포착하고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A씨 회사 속옷은 백화점과 대형 마트 등에만 납품되는 고급 브랜드였다.

더군다나 속옷 판매자가 평소 신망이 두터운 회사 영업부장 김모(35) 씨라는 것을 확인한 뒤 도저히 두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경찰 수사결과 김씨는 속옷을 백화점 등에 납품해오면서 대표 몰래 속옷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가 2014년 10월부터 2016년 9월까지 거래처에 납품하는 척 물류창고에서 속옷 완제품을 회사 차량에 실어 빼돌린 규모는 시가 5억원 상당에 이르렀다.

물류창고에 드나드는 속옷 제품이 너무 많아 전수조사가 쉽지 않다는 허점을 악용했다.

생활비, 결혼 자금 등으로 7천만원의 카드빚을 진 김씨는 이를 갚기 위해 속옷 한두 박스를 훔친 뒤 범행이 점점 대담해졌다.


빼돌린 속옷 양이 늘어나자 급기야 경남 양산, 광주광역시의 창고를 임대해 보관했다.

이어 회사에 절도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고 거래처가 없는 전남 지역까지 가서 점포를 임대해 '땡처리'로 제품을 팔아왔다.

김씨는 시가 2억원 상당의 속옷을 정상가격의 35% 정도 헐값에 팔아 6천∼7천만원의 수익을 남겨 대부분 카드빚을 갚거나 생활비로 써 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김씨가 임대한 창고에서 나머지 3억원 상당의 훔친 속옷을 압수했다.

김씨는 회사 대표 A씨에게 사죄하고 피해 금액을 변제해 최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은 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서부경찰서는 19일 절도 혐의로 김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win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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