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 "감사 진행중…위법사항 발견시 정식 수사의뢰 방침"
(로스앤젤레스 서울=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김연숙 신선미 기자 = 한국의 저명한 지진전문가가 미국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아 자금 세탁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언론 등에 따르면 미 연방검찰은 지헌철(59) 전(前)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토지질연구본부 지진연구센터장을 100만 달러(약 11억2천만 원) 이상의 뇌물을 받아 자금 세탁한 혐의로 연방법원에 기소했다.
지 전 센터장은 지질자원연구원 고위직 재직 시 한국에서 지질 관련 사업을 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영국 소재 기업 등 2곳으로부터 돈을 받고 내부 정보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 검찰에 따르면 그는 뇌물 자금을 현금으로 보내거나 캘리포니아주 글렌도라에 있는 은행에 입금하도록 했다. 이 중 절반은 뉴욕시 투자은행 계좌로 이체했고, 나머지 절반은 한국 펀드에 입금했다.
미 검찰은 그가 뇌물을 감추기 위해 여러 단계를 거쳤으며, 회사 측에 이메일을 지우도록 하거나 거짓 주소로 가짜 송장을 보내도록 하는 등 다양한 수법을 동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대 10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검찰은 다른 5건의 혐의에 대해서도 들여다봤으나 기소하지는 않았다.
지 전 센터장의 혐의에 대해 나흘간 배심원 재판이 진행됐으며, 모두 6가지 자금 세탁 관련 혐의 중 1가지 혐의에 대해 배심원들의 유죄 평결이 나왔다.
지 전 센터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으며, 연방검찰은 구속 여부에 대한 심리를 요청했다.
로스앤젤레스 중앙지방법원은 20일 지 전 센터장의 구속 여부 심리 요청에 대한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지 전 센터장의 변호인은 현지 인터뷰에서 항소 의지를 밝히고 반드시 무죄를 입증하겠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검찰의 기소가 한국의 뇌물수수 금지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한국 법을 제대로 안다면 미 검찰이 기소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 전 센터장이 한국에서 지진 연구가로서 많은 이들의 목숨을 구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을 거론, 이번 일로 그의 재정이나 명성 면에서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미 연방검찰은 성명에서 "미국 금융 시스템이 부패행위의 수단으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며 "이번 기소는 전 세계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고 예정일은 오는 10월 2일이며, 로스앤젤레스 중앙지방법원은 지 전 센터장에서 대한 양형을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미래창조과학부는 지 전 센터장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이다.
지 전 센터장은 본인의 혐의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열린 '지구물리학연합(AGU)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장을 갔다가 억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사실을 파악한 미래부는 경위 조사에 들어갔으며, 올해 2월께 감사에 착수했다.
미래부는 감사 결과 위법사항이 발견되면 한국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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