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비리에 데인 서울시 '박원순법' 강화…공직쇄신안 발표
퇴직 공무원과 접촉 제한…만났을 땐 서면보고 의무화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전·현직 공무원이 연루된 버스 비리로 홍역을 치른 서울시가 '박원순법(서울시 공무원 행동강령)' 시행 이후 2년 9개월 만에 또다시 공직쇄신안을 내놨다.
서울시는 공무원이 같은 분야의 인허가 업무를 5년 이상 담당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직무 관련 업체에 재취업한 퇴직 공무원과 만났을 때는 반드시 서면보고를 하도록 했다.
서울시는 19일 버스 비리 재발 방지와 공직 기강 확립을 위한 '부정비리 차단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시내버스 불법 개조 사건에 서울시 공무원 7명이 연루된 것으로 밝혀진 데 따른 것이다.
경찰은 서울시내 한 버스업체가 불법으로 택시·승용차를 천연가스(CNG) 차량으로 개조해 1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기고 이 과정에서 서울시 공무원에게 뇌물을 줬다는 수사 결과를 지난달 발표했다.
경찰 수사 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팀장이 경기도 버스업체로부터 1억1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자살하는 일도 있었다. 이 버스업체는 '여의도로 가는 버스 노선을 증차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을 했다고 한다.
뒤이어 서울시 퇴직 공무원도 버스 비리로 수사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비리 차단을 위해 서울시는 교통·도시계획·건축·환경 등 인허가 등 비리 취약분야 업무 담당자를 주기적으로 바꾸기로 했다. 동일한 인허가 업무를 5년 이상 담당했을 경우 무조건 다른 업무에 배치된다.
퇴직 공무원과 현직 공무원의 골프, 여행, 모임 등 사적 접촉은 제한한다.
버스 비리 수사 과정에서 서울시 퇴직 공무원이 직무 관련 업체에 취직해 현직 공무원에게 선물·향응을 제공하는 로비스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퇴직한 지 3년 미만인 공무원을 접촉할 때 의무 보고하도록 '박원순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박원순법은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을 불문하고 공무원이 단돈 1천원이라도 금품을 받으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서울시 공무원 행동강령이다. 2014년 10월 도입됐다.
공무원이 퇴직 후 업무 관련 업체에 재취업해 현직 공무원과의 유착 문제가 이어지는 만큼, 서울시는 인사혁신처에 퇴직 공무원 취업 제한 기관과 업무 관련성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을 건의하기로 했다.
공직자 재산 등록 대상자에 교통 등 비리 취약분야 업무를 새롭게 추가해달라는 건의도 인사혁신처에 할 계획이다. 건의가 받아들여질 경우 새로 재산 공개를 해야 하는 서울시 인허가 업무 담당 공무원은 300명가량이다.
퇴직 공무원이 고용된 업체에 수의계약을 통해 일감을 몰아주는 일도 차단한다.
퇴직 공무원이 소속된 업체와는 수의계약을 아예 할 수 없도록 하고, 수의계약이 아니어도 평가 때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공익신고 활성화를 위해 보상금 지급 최고 한도액을 폐지하고, 시장에게 바로 공익제보를 할 수 있는 직통 이메일(cleanseoul@seoul.go.kr)을 개설했다.
서울시는 이날 "인허가나 계약 같은 특정 업무 분야에 대한 부패 위험요인 관리 미흡으로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해 유감"이라고 사과했다.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버스 비리 의혹이 터진 이후 다른 지역 버스회사의 서울 진입 노선 신설·연장·증차 등 업무 처리에 문제가 있었는지 도시교통본부를 중점적으로 감사했다.
감사 결과 시내버스 노선 조정, 공항버스 면허 갱신 인가, 택시회사 인센티브 관련 평가 등에서 미비점이 나타났다.
감사위원회는 이의신청 등의 절차를 거쳐 오는 9월 최종 감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서울시와 산하 기관의 계약 심사제도 운영실태, 상수도·공유재산 관리·지방세 징수 실태도 감사하기로 했다.
최정운 서울시 감사위원장은 "향후 박원순 법을 더욱 강력히 추진하고 금품수수 등 비위에 대해서는 지금과 같은 무관용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하겠다"며 "공직자 청렴도에 대한 시민의 높은 기대 수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