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유럽 금융감독 당국이 중국 하이난항공(HNA) 그룹과 카타르 왕실의 도이체방크의 지분 인수와 관련해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18일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 산하의 단일은행감독기구(SSM)는 HNA 그룹과 카타르 왕실이 도이체방크의 대주주로 부상한 데 따른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통한 소식통들은 SSM이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평가 작업을 진행하는 단계에 있으며 HNA와 카타르 왕실이 대주주로서 도이체방크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지와 이것이 적절한지를 우선적으로 따져보고 있다고 전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도입된 유럽연합(EU) 법률에 따라 SSM은 은행의 지분 10% 이상을 매수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테러 자금과의 연관성, 신인도, 중장기 투자 전략 등을 알아볼 수 있도록 돼 있다.
HNA는 지난 5월 도이체방크 지분을 기존 4.76%에서 9.9%로 늘리면서 카타르 왕실을 제치고 일약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카타르 왕실의 지분도 10%선에 근접하고 있다.
두 대주주의 도이체방크 지분이 비록 10%를 넘지는 않지만 이들이 은행 경영진의 의사 결정에 지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은 SSM과 관할국인 독일의 금융감독청(BaFin)에 허용된 권한이다.
SSM과 BaFiN은 두 대주주가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고 결정하면 공식 조사에 착수할 수 있다. 한 소식통은 향후 수주일 안으로 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SSM은 공식 조사를 통해 투자자가 요구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내려진다면 이들이 주주로서 갖는 의결권을 취소할 수 있는 권한도 아울러 부여받고 있다.
소식통들은 SSM이 카타르 왕실이 지원하는 투자펀드들이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만일 SSM이 HNA 그룹을 공식으로 조사한다면 금융구조와 중기 투자전략 등을 파고들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HNA 그룹에 대한 SSM의 조사는 EU와 중국의 불편한 관계를 더욱 경색시킬 소지가 있다. 중국측은 자국 기업들의 유럽 기업 인수를 EU와 독일이 부당하게 견제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해왔다.
독일은 지난주 자국의 사회간접자본과 네트워크 산업 등 전략적 가치가 큰 부문의 기업이 EU 역외 기업에 인수되는 것을 보다 강력하게 저지하기로 했다.
보호해야 할 산업 분야를 처음으로 적시하고 인수를 승인할지를 판단하기 위한 심사 기간도 지금보다 배로 늘린 4개월을 적용키로 한 것이 독일 정부가 취한 대응책의 골자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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