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워크숍 참석했다 무장테러조직 지원 혐의 받아
獨 정부 대변인 "부당한 구금"…獨 야당도 강력 대응 촉구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독일 인권운동가가 터키에서 체포되면서 독일과 터키 간의 긴장관계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독일 인권운동가 페터 스토이트너는 지난 5일 터키에서 열린 '디지털 보안과 정보 관리' 워크숍에서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다루는 세션을 담당했다가 무장 테러 조직을 지원한다는 혐의로 붙잡혀 검찰에 기소됐다.
스토이트너 뿐만 아니라 이번 워크숍과 관련해 총 10명의 인권운동가가 체포된 뒤 이들 중 4명만 풀려나고 나머진 여전히 구금 중이다.
체포된 이들에는 스웨덴 국적의 인권운동가와 국제앰네스티 터키지부의 이딜 에세르 국장 등이 포함돼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들이 지난해 쿠데타 배후 세력으로 터키 정부에 의해 지목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과 연계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시사하기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를 진압한 이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쿠데타 관련 혐의로 5만 명을 체포하고 7천여 명의 공직자를 해임하는 등 반대 세력에 대한 대규모 숙청 작업을 벌이고 있다.
스토이트너의 체포에 독일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트위터에 "심각하게 우려한다"면서 "스토이트너의 기소를 뒷받침할 어떤 증거도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우리는 터키에서 부당하게 구금된 스토이트너 편에 있고 그를 지지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오는 9월 총선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경쟁자인 마르틴 슐츠 사회민주당 당수도 비판에 가세하며 메르켈 총리를 압박했다.
슐츠 당수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언론인과 인권운동가들을 감옥에 보내는 것에 대해 메르켈 총리는 더 이상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터키 당국이 독일의 인권운동가까지 체포한 것은 악화일로인 독일과 터키 간의 관계를 반영한다는 해석이다.
터키 당국은 지난 3월 독일 일간지 디벨트의 터키 특파원 데니즈 이위젤을 테러 선전 혐의로 구속해 독일 정부와 갈등을 빚었다.
더구나 독일 정부가 터키 인지를리크 공군기지에 파견 중인 연방군을 요르단으로 이전키로 한 데다, 지난 7∼8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독일 내 터키인 상대 연설 신청을 거부하는 등 양국 관계가 악화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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