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5년 됐지만 못해본 게 더 많아…하지만 급하진 않아요"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설희와 저의 감정선이 비슷하다고 많이 느꼈어요. 설희를 연기하면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하나도 없었어요."
지난주 월화극 1위로 종영한 KBS 2TV '쌈, 마이웨이'에서 백설희 역을 맡아 오래된 연인의 현실적인 문제를 실감 나게 그려내 호평받은 배우 송하윤(31)을 19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났다.
극 중 설희는 '헌신하면 헌신짝 된다'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참고 또 참았다. 모든 게 주만(안재홍 분) 위주였고, 그 1순위를 위해서라면 희생도 마다치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일부 시청자는 설희가 주만에게 안녕을 고하고 멋진 솔로 라이프를 즐기길 바라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송하윤은 모든 게 이해된다고 했다.
"답답하다, 참는다는 느낌보다 '내가 사랑하니까'라는 이유가 가장 우선이었죠. 사랑하면 이성이든, 동성이든, 가족이든 내 '0순위'가 되면 어떤 것도 무섭거나 어렵지 않아요. 저는 그저 열심히 설희로 살았어요. 그리고 아팠어도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기 때문에 아쉬움도 없죠."
그는 주만-설희 커플이 동만(박서준)-애라(김지원) 커플 못지않게 호응을 얻었던 데 대해서는 "보통 우리의 이야기였기 때문인 것 같다"며 "누구나 사랑이 지나고 나면 당시에는 애써 외면하려 하다가 나중에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그때 그랬었지'하며 자신을 위로하지 않느냐. 저도 이번에 설희를 보면서 그랬고, 응원했다"고 설명했다.
아직 설희의 여운이 남아 있다고 밝힌 송하윤은 대본상에 '눈물'이 표시돼있지 않은 장면에서도 눈물을 많이 흘렸다고 털어놨다.
"설희가 도시락을 싸서 갔을 때 주만과 예진(표예진)이 사무실에서 족발을 먹는 모습을 보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때 정말 심장이 빨리 뛰었어요. 이런 감정이 있다는 걸 처음 느꼈죠. 그리고 주만이가 예진이 눈물을 닦아주는 걸 목격하는 장면이 또 있었는데 대본에는 '덤덤하게 쳐다본다'고 돼 있었지만 눈물이 터졌어요."
그는 그러면서도 "예진이 참 예뻐서, 얄미워 보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자꾸 주눅이 들고 인정하게 돼서 극 몰입에는 도움이 됐다"고 웃었다.
파트너 안재홍에 대해서는 "온전히 설희의 눈으로 주만을 바라본 게 커서 어떤 사람이라고 표현을 하기가 어렵다"면서도 주만에 대해서는 "설희가 2% 부족한 캐릭터인데 듬직하게 도와주니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 같다. 그런 매력"이라고 답했다.
2003년 KBS 드라마 '상두야 학교 가자'를 통해 김별이란 예명으로 데뷔했던 송하윤은 이후 영화 '댄서의 순정'(2005), '다세포 소녀'(2006), '아기와 나'(2008), '화차'(2012), '나는 공무원이다'(2012), '제보자'(2014), '또 하나의 사랑'(2016)과 드라마 '논스톱5'(2004∼2005), '최강칠우(2008), '유령'(2012), '리셋'(2014), '드림나이트'(2015), '내 딸, 금사월'(2015∼2016) 등에 꾸준히 출연했지만 데뷔 15년 차 '쌈, 마이웨이'를 통해 제대로 터뜨렸다.
그러나 "저는 사실 '인생캐릭터'라는 뜻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데뷔한 지는 좀 됐지만 작품 기회가 많이 없었기 때문에 못해본 게 아직 많아요. 오디션 100번은 떨어졌을 거예요. 그리고 작품을 할 때도 '인지도를 얻어야지' 같은 마음보다는 꾸미지 않고 캐릭터에 몰입하려 노력해요. 시청자에게 늘 좋은 시간을 선물하고 싶어요. 다만 급하면 체하니까, 차근차근 제 숙제를 풀어나가겠습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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