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에 이례적 고발 조치…과징금 3억9천200만원 부과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수급사업자의 하도급대금을 부당하게 깎은 중견기업에 대해 이례적으로 검찰 고발이라는 강력 제재를 결정했다.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가맹·하도급 분야의 갑을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하겠다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최저가 입찰금액보다 더 낮게 하도급대금을 깎은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화신[010690]에 과징금 3억9천200만원을 부과하고 이 업체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화신은 섀시, 차체 등 자동차부품을 만들어 현대·기아자동차[000270] 등에 납품하는 중견기업이다.
화신은 2014년 3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시행한 40건의 금형 제작 입찰에서 수급사업자의 잘못이 없는 데도 최저가로 결정된 낙찰 금액보다 더 낮은 금액으로 하도급대금을 정했다.
하도급법은 경쟁 입찰로 하도급계약을 체결할 때 정당한 사유 없이 최저가로 입찰한 금액보다 더 낮은 금액으로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화신은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수급사업자에게 부당하게 깎은 하도급 금액을 전액 지급했다.
하지만 법 위반 금액이 작지 않고 법 위반 행위 유형이 하도급법 상 '중대한 위반'에 해당하는 점, 법 위반 기간이 긴 점 등을 고려해 과징금과 고발 결정을 내렸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공정위가 상습 법 위반 업체가 아닌 하도급법을 단순 위반한 중견기업에 고발 결정을 내린 것은 이전 결정에 비춰 다소 이례적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중견업체인 기계제조업체 화인에 고발 결정을 내린 바 있지만, 당시 화인은 악질적인 탈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이번 사례와는 다르다.
화인은 미지급 어음 할인료를 하도급업체에 지급하고 공정위에 '자진 시정'을 통지한 뒤 다시 미지급 어음 할인료를 빼앗았다가 공정위에 적발됐다.
김 위원장은 취임 이후 우리 사회의 '갑질' 문제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도 책임이 있다며 업계의 자발적인 개선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3일 중소기업단체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중소사업자들이 더 작은 영세사업자들을 대상으로 불공정행위를 하면서 정부에 무조건적인 보호를 요청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쓴소리를 한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하도급법 위반 고발은 대기업이나 악랄한 탈법 행위 등을 한 중견기업 위주로 이뤄졌다"라며 "이번 고발 결정은 새 위원장 체제의 하도급 무관용 원칙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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