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19일 발표된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는 인권변호사 출신 대통령에 걸맞게 국가인권위원회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5개년 계획에는 개헌을 통해 인권위를 헌법기구화하겠다는 내용이 공식적으로 포함됐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올해 4월에도 국회에 출석해 인권위를 헌법기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새 정부 인수위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인권위의 헌법기구화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다가올 개헌 논의에서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뤄질 토대가 마련됐다.
인권위 헌법기구화는 이성호 인권위원장이 이전 정부 때부터 수차례 필요성을 강조했을 정도로 인권위의 숙원이다.
헌법에 따른 기구가 돼야 인권위가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권고할 수 있고, 인권위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특정 정권의 조직 축소나 해체 시도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집권한 필리핀에서 국가인권기구가 해산 등을 겪지 않고 존속하고 있는 것은 국가인권기구 설치가 헌법에 규정됐기 때문"이라며 우리도 인권위의 헌법기구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인권위가 헌법기구로 되면 조직·인사·예산 등에서 자율성과 독립성을 갖추게 된다.
법적·운영적 자율성과 재정적 자율성 등을 국가인권기구가 확보해야 할 주요 요건으로 제시한 유엔 '인권증진 및 보호를 위한 국가기구 설치와 강화 관련 안내서'에 부합하는 기관이 되는 셈이다.
지금도 인권위는 입법부·사법부·행정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기구이지만 조직·인사는 행정자치부, 예산은 기획재정부의 통제를 받는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가 인권위를 독립기구에서 대통령 직속 기구로 바꾸려다 여의치 않자 2009년 당시 행정안전부를 통해 정원을 21%나 줄이는 등 인권위 규모를 대폭 축소한 전례가 있다.
국정기획위는 5개년 계획에서 인권위의 헌법기구화와 함께 인권위 규모도 2009년 축소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방안도 마련했다.
인권위 권고 수용지수를 국가기관·기관장 평가 항목으로 도입하는 방안 등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발표한 인권위 권고 수용률 제고 방안도 5개년 계획에 다시 포함됐다.
군대 내 인권 개선을 위한 군인권보호관도 국방부 내 설치보다 인권위 내 설치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모양새다.
군인권보호관이 인권위 내에 설치된다면 육군 참모총장의 동성애자 색출 지시 의혹, 육군 사단장의 갑질 의혹, 3사관학교의 성범죄 대리합의 지시 의혹, 해병대 식(食)고문 사건 등 최근 잇따르는 군대 내 인권 문제 해결에 인권위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권단체들은 새 정부의 인권위 위상강화 방침을 환영하면서도, 인권위가 먼저 환골탈태하는 쇄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앞서 박범계 국정기획위 정치행정분과 위원장도 "(과거 정부에서) 인권위가 권력기관에 대해 과감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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