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싱가포르 정부가 공군기지 확장을 위해 8만기에 달하는 무덤을 파헤치기로 했다고 현지 언론이 19일 보도했다.
싱가포르 개발부와 환경청, 국토청은 전날 공동성명을 통해 동부지역에 있는 파야 레바 공군기지를 서부의 텅아 공군기지로 이전하는 데 필요한 부지 160㏊ 확보 계획을 발표했다.
싱가포르는 서울(605㎢)보다 조금 큰 697㎢의 국토에 58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거와 공장 부지는 턱없이 부족하고, 대규모 군사훈련은 호주에서 진행한다.
싱가포르는 800㏊의 부지를 차지하고 있는 파야 레바 공군기지를 텅아 공군기지로 통합 이전하고, 현 공군기지 부지를 주택과 사무용 빌딩, 공장 부지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텅아 공군기지 인근에 있는 양식장과 농장 등은 물론 초아추캉 공동묘지도 단계적으로 수용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공동묘지에 있는 4만5천500기의 중국인 묘지와 3만5천 기의 이슬람교도 묘지를 이장해야 한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당국은 우선 매장 연한 15년을 넘긴 중국인 무덤 5만5천 기와 이슬람교도 무덤 5천 기를 우선으로 오는 9월부터 이장하고, 매장 연한이 차지 않은 나머지 무덤의 이장 일정은 추후 정하기로 했다.
다문화 다종교 사회인 싱가포르에서 중국계와 이슬람교도는 매장을 선호한다.
그러나 국토면적이 좁은 탓에 매장 가능한 공간도 부족하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는 국가유공자와 성직자 등 일부 예외 적용자를 제외한 일반인의 사후 매장 가능 기간을 15년으로 정했다. 이후에는 시체를 파내 화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국은 묘지 이장 후 화장 또는 재매장 비용을 정부가 충당하는 등 토지 수용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싱가포르 의회 국방위원장인 비크람 나이르 의원은 "이 작업은 한정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것이다. 군은 국방사업을 위한 토지를 필요로하고 우리도 개발을 위한 땅이 필요하다"며 "불만과 불편이 따르겠지만, 변화를 위해 충분한 시간이 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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