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테이블 옮긴 文대통령…사상 첫 '여초' 靑 대표회동(종합)

입력 2017-07-19 19:08  

직접 테이블 옮긴 文대통령…사상 첫 '여초' 靑 대표회동(종합)

女 3명·男 2명…"세상 바뀌어 女대표 많아" 발언에 文 대통령 웃음

"'추' 싫다더니 상추, 고추, 배추 좋아하나"…"秋 포함해 4추 좋아해"

"현안 잘 아는 대통령 모시기 힘들겠다" 발언에 임종석 "네!"…秋-任 팔짱도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서혜림 설승은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의 오찬 회동이 열린 19일 낮 청와대 상춘재 앞뜰에는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4당 대표들과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기로 한 테이블이 햇볕이 내리쬐는 곳에 있는 것을 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문 대통령에게 테이블을 그늘로 옮겨야겠다고 하자, 문 대통령도 "날씨가 너무 덥다. 그게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고선 문 대통령은 테이블 앞으로 걸어가 테이블 한쪽 끝에 잡았다. 대통령이 직접 테이블을 옮기려는 것을 본 비서실장과 보좌진도 황급히 테이블에 달라붙었다.

결국, 문 대통령과 임종석 비서실장, 청와대 보좌진 6명 등 모두 8명이 함께 테이블을 나무 그늘로 옮겼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날씨와 정치가 비슷한 것 같다. 가뭄이 가면 폭염이 오고, 그러면 또 태풍이 오고…"하고 말하자 문 대통령은 "이제는 건기·우기가 따로 있게 된 것 같다. 내릴 때 확 내리고 안 올 때 안 온다. 충청이 가뭄이 지나자 비가 와서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찬회동에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다른 대표들보다 먼저 도착했다.

곧이어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거의 동시에 도착했고 2분 뒤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이 도착했다.

추 대표가 도착하자 임종석 비서실장과 장하성 정책실장이 마중을 나가 좌우에서 추 대표의 팔짱을 끼고 상춘재 앞뜰 계단을 올라왔다.

최근 추 대표와 임 비서실장을 두고 '불편한 관계'라는 언급도 많았지만, 이날은 양측 모두 밝게 웃으며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이었다.

곧이어 문 대통령도 몇 걸음 앞으로 나가 추 대표를 맞이했다.

추 대표가 "더운데 건강은 어떠신가요"라고 인사를 건네자 문 대통령은 "추경이 처리 돼야 할 텐데요…"라고 말했다.

추 대표는 또 "저쪽(국민의당)은 추 들어간 건 다 싫어한다고 한다. 고추·배추·부추 등 3종 다 못 드시고 있다고 한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추 대표는 제보조작 파문 와중에 불거진 '머리 자르기' 발언으로 장외충돌했던 박 비대위원장을 향해서도 "상추, 고추, 배추를 좋아하느냐"고 물었고, 이에 박 비대위원장은 "추 대표까지 '4추'를 좋아한다"고 답했다.

특히 이날 회동은 대부분 남성이었던 과거 여야 대표 초청 청와대 회동과 달리 이날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빠진 까닭에 사상 처음으로 여성 참석자가 남성 참석자보다 많은 회동이 됐다.

문 대통령까지 여성이 3명, 남성이 2명이었다.

박 비대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여성 대표들이 많아진 것을 보니 세상이 바뀌었죠"라고 물었고 문 대통령은 이에 웃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박 비대위원장에게 "청와대에 와본 지 오래됐나"라고 물었고, 박 비대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을 할 때 들어가 본 것이 마지막이었다"고 답했다.

인사를 주고받은 뒤 문 대통령은 폭염주의보가 내려 날이 너무 덥다며 오찬에 앞서 잠시 시원한 계곡을 걷자고 제안했다.

이에 4당 대표들은 상춘재 옆 연못과 백악교 주변을 10분가량 산책했다.






대표들이 상춘재 옆 연못 위에 줄이 처져 있는 것을 보고 "줄이 왜 설치됐습니까"라고 묻자 문 대통령은 "이게 없으면 왜가리가 연못의 잉어들을 공격해서 잡아먹는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오찬이 시작되자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성과를 설명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법 개편안의 국회 통과 등 국정운영에 협조를 당부했다.

이에 국민의당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다당제 체제 아래서 협치는 불가피한 여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오늘 대통령님을 뵙고 4당 대표가 함께 한 자리가 협치, 생산적 정치를 마련하는 원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협치는 구호로 나오는 게 아니라 실제로 행동으로 해야 한다"며 "타협과 양보라는 단어의 의미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는 "상처를 많이 입은 국민이라 새 정부에 거는 기대와 바람이 매우 큰 것 같다"며 "대통령은 각 진영을 다 아우르는 국민의 대통령인 만큼 모든 목소리를 경청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야당 대표들의 얘기를 들을 때마다 '깨알같이' 메모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혜훈 대표가 "대통령이 저렇게 세세하게 다 현안을 알고 계시니 (주위에서) 참 모시기 힘들겠다"라고 말하자, 이에 임 비서실장은 0.3초도 지나지 않아 "네!"라는 답변을 했다고 동석한 민주당 박완주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이혜훈 대표의 경우 최근 성(性) 의식 논란에 휩싸인 탁현민 행정관에 대해서도 "여성계의 의견을 전달한다"면서 대통령에게 의견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애견용품을 선물하면서 "토리에게 잘 전달해 달라"고 말했다.

토리는 문 대통령이 입양하기로 한 유기견의 이름이다.

이 대표는 "언론이나 국회에서는 야 3당이라는 말을 즐겨 쓰는데 청와대에서 야 4당을 함께 할 수 있게 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새 정부는 대한민국의 열아홉 번째 정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새 출발이라고 생각한다"며 "촛불 개혁을 만들어 달라는 국민의 민심이 수용되는 길이라면 언제든지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 정의당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께서 임기를 마치면 노동부가 기재부와 동등한 위치 정도는 가 있어야 하고, 실패한 개인들이 국가를 믿고 국가가 나를 보호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의 마무리 발언은 여당의 수장인 민주당 추 대표가 맡았다.

추 대표는 "대통령이 연일 강행군이시다. 추경에도 일자리 추경이라고 명명하시고 노심초사하는 모습에 국민도 많이 힘을 얻고 있다"며 "대통령께서 불러주셔서 서로 묵은 것을 털어내고 국민을 향해 일하는 협치, 통 큰 정치의 장으로 분위기가 이끌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또 문 대통령에게 최근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대치 상황과 관련해 "여당 대표가 막무가내로 대리사과를 당하기 전에 대통령도 여당 대표와 소통해달라"는 '뼈있는 요청'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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