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직한 힐러리', '거짓말쟁이 크루즈' 등 촌철살인 네이밍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낙인찍기의 달인, 그러나 정작 자기 정책의 장점 홍보는 잘하지 못했다'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 2년 간의 트위터 글을 분석해 내린 평가다.
분석 대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2015년 6월부터 최근까지 그가 올린 트윗이다.
가장 두드러진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적들을 조롱할 때 탁월한 재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이미지를 압축적으로 나타내는 단순한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부정적으로 낙인을 찍는 데 성공한 사례들이 많다.
대표적인 경우는 대선 맞수였던 민주당 소속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부정직한(Crooked) 힐러리'라는 표현을 무려 217번 사용해 거짓말쟁이 이미지를 심는 데 성공했다.
텍사스크리스천대 마케팅학 교수인 윌리엄 크론은 "단순함과 일관성이라는 측면에서 이런 메시지는 교과서적인 마케팅"이라고 평가했다.
공화당 경선 맞수였던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에게도 '거짓말쟁이'(liar 또는 lyin')이라는 표현을 32차례나 사용했고, 또 다른 경선 주자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에 대해선 '경량급'(lightweight) 또는 '작은'(little)이라는 수식어를 29차례 붙여 지명도 부족이라는 그의 약점을 집중 부각했다.
중요한 포인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적을 공격할 때 서술어보다는 명사형을 주로사용한다는 대목이다. 예를 들어 '크루즈는 거짓말한다'(Ted Cruz tells lies)가 아니라 '거짓말쟁이 크루즈'(Lyin' Ted)라고 묘사함으로써 상대방이 벗어날 수 없는 이미지를 심어버린다는 것이다.
정적뿐만 아니라 언론매체를 향해서도 '가짜 뉴스'(Fake News)나 '부정직한'(dishonest)이라는 수식어를 반복적으로 붙임으로써 미디어에 대한 대중의 고질적인 불신과 결합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자신에게 적대적인 NYT에는 '망해가는'(failing)이라는 수식어를 거듭 사용하기도 했다.
아울러 버락 오바마 전임 대통령의 업적인 '오바마케어'(전국민건강보험법·ACA)에 대해선 '총체적 참사'(total disaster)나 '처참한'(disastrous) 등의 표현으로 낙인을 찍기도 했다.
반면 오바마케어를 대체할 자신의 건강보험법안인 '트럼프케어'(미국건강보험법·AHCA)를 홍보할 때는 '대단한'(great) 또는 '더 나은'(better) 등의 평범한 수식어를 사용하는 데 그쳤다.
심지어 횟수 면에서도 정책 홍보성 트윗은 남을 조롱하고 공격하는 트윗보다 훨씬 적었다.
집권 공화당의 중요 과제로 꼽히는 세제 개혁(tax reform)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언급한 것은 단 3차례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해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책 이슈들에 대해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거나, 아니면 난해한 용어가 난무하는 수백 쪽 분량의 복잡한 법률과 정책을 압축적으로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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