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뉴스…나폴리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 보여주는 것"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남부 중심 도시 나폴리가 영국 대중지가 선정한 세계 10대 위험 도시에 포함되자 불쾌함을 숨기지 않고 있다.
18일 이탈리아 뉴스통신 ANSA에 따르면 나폴리는 최근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 더 선이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로 시리아 락까, 소말리아 모가디슈, 필리핀 마닐라, 파키스탄 카라치, 미국 세인트루이스, 호주 퍼스, 우크라이나 키예프, 체첸 그로즈니,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등과 나란히 나폴리를 꼽자 발끈하고 나섰다.
더 선은 테러 위협과 마약, 살인, 조직 범죄, 전쟁, 폭동 가능성 등을 고려해 위험 도시를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폴리는 살인, 조직 범죄, 마약이 성행한 곳으로 분류돼 서유럽 도시 중 유일하게 오명을 안았다.
더 선은 마피아의 분파 '카모라'의 근거지인 나폴리에서는 마피아 경쟁 조직들이 마약 거래를 둘러싸고 빈번하게 충돌하며, 최근에는 12살에 불과한 '꼬마 조직원'들도 마피아에 포섭돼 충격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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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선은 "이탈리아 내에서는 '지옥에 가라'는 말이 '나폴리에 가라'는 말과 동일할 만큼 나폴리의 악명은 높다"고 덧붙였다.
루이지 데 마지스트리스 나폴리 시장은 이에 대해 "거짓 뉴스이고, 나폴리에서 단 하루도 보내보지 못한 사람으로부터 얻은 정보에 근거한 피상적인 판단"이라며 "나폴리는 문제가 많은 곳이긴 하지만 더 선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으로 꼽을 만한 도시는 아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나폴리 페데리코2 대학의 가에타노 만프레디 학장은 "나폴리는 나폴리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 다수의 멍청한 순위매김에 희생돼 왔다"고 지적했다.
지난 2년 간 나폴리 카포디몬테 박물관을 이끌어온 프랑스인 실뱅 벨랑제는 "나폴리에 시기를 달리하며 여러 번 살아봤지만 위험한 도시는 아니다. 단지 혼란스럽지만 이마저도 귀여운 혼란"이라며 나폴리를 옹호했다.
로마, 밀라노에 이어 이탈리아 3번째 도시이자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음식 피자의 탄생지이기도 한 나폴리는 유서 깊은 역사와 문화 유산을 자랑하는 곳이다. 특히 바다와 어우러진 절경으로 호주 시드니,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와 함께 세계 3대 미항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수 십 년 동안 쇠락을 거듭하며 옛 명성을 잃었고, 번번이 되풀이 되는 쓰레기 수거 중단 사태와 지역 마피아인 카모라의 근거지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는 나폴리를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게 사실이다.
이탈리아 한 도시의 시장은 최근 나폴리를 '하수구'라고 불러 나폴리 시민들의 공분을 샀고, 작년에는 영국의 일부 학교가 후진적인 남부를 나머지 이탈리아와 구분하기 위해 이탈리아인을 이탈리아인, 나폴리인, 시칠리아인 등 3개 범주로 분류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이어지자 나폴리시는 최근 도시에 대한 왜곡이 부쩍 심해지고 있다는 판단 아래 지난 5월에는 도시 명예를 훼손하는 사람에 강경 대응할 방침을 천명하기도 했다.
나폴리 시의회는 당시 '도시를 수호하라'라는 이름의 온라인 업무지원 센터를 발족, 나폴리를 신문이나 TV 등 대중 매체에서 근거없이 왜곡하고, 폄하하는 인물이나 단체에 대해 신고해줄 것을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나폴리 당국은 신고가 접수되면 나폴리 폄하 발언에 대해 정정을 요청하고, 정도가 심한 사례에 대해서는 고소까지 불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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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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