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이종호, 입술 꿰맨 채 투혼 발휘 "기회의 소중함 잘 알고 있다"
(평창=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울산 현대 공격수 이종호는 지난 15일 광주FC와 홈 경기 후반 3분 공중볼을 경합하다 아랫 입술이 찢어졌다.
"턱이 뚫린 줄 알았다"라고 말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아랫입술 왼쪽 살점이 디귿(ㄷ)자로 뜯어졌는데, 피가 계속해 쏟아져 내렸다.
그러나 이종호는 간단한 조치만 받은 뒤 다시 그라운드에 나와 남은 시간을 모두 뛰었다.
이종호는 19일 평창 알펜시아에서 열린 강원FC와 경기에서도 선발 출전했다. 병원에서 10바늘을 꿰맨 터라 상처가 덧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뛸 수 있다"며 김도훈 감독을 설득했다.
이종호는 보란 듯이 거친 플레이를 마다치 않으며 그라운드를 누볐다.
전반 21분엔 상대 팀 김오규와 공중볼을 경합하다 팔꿈치에 입술을 맞았는데, 수 분간 쓰러져 통증을 호소하다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뛰었다.
그는 "다행히 윗입술에 맞았다. 상처 부위를 맞았다면 상태가 심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종호는 전반 33분 천금 같은 골을 넣었다. 김인성의 오른쪽 크로스를 페널티 지역 중앙에서 받아 상대 수비수들의 '육탄 방어'를 이겨내고 골을 만들었다.
투지와 집념, 희생정신이 만든 골이었다. 이 골로 울산은 강원을 1-0으로 꺾고 프로축구 역사상 첫 팀 500승 고지를 밟았다.
경기 후 만난 이종호는 "먼저 500승을 거둔 경기에서 결승 골을 넣어 영광"이라며 입을 열었다.
이어 "난 뛰는 게 좋다. 경기장에 나오면 평소에 아픈 부위도 아무렇지 않다"라며 "이런 마음가짐은 프로선수라면 당연히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활짝 웃었다.
이종호는 그동안 가시밭길을 걸었다. 지난 시즌까지 선수층이 두꺼운 전북 현대에서 출전 기회를 많이 얻지 못해 주로 벤치를 지켰다.
전북 최강희 감독이 "실력과 성실한 태도를 갖춘 이종호에게 많은 기회를 못 줘 미안하다"라고 말할 정도로 운이 좋지 않았다.
이종호는 비시즌 기간 트레이드를 통해 전북에서 울산으로 이적했다.
그는 새로운 환경에 잠시 주춤했다. 울산 구단 역시 김도훈 신임 감독이 부임했고, 팀을 꾸리자마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게 돼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이종호는 팀 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자처했다. 다른 선수보다 한 발 더 뛰려 노력했고, 이타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희생했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두 손을 모으는 '호랑이 발톱' 세리머니도 개발했다.
그는 "그동안 울산 호랑이들의 이빨이 흔들렸던 게 사실"이라면서 "12월에 결혼하는 예비신부와 함께 울산의 부활을 꿈꾸며 이 세리머니를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종호는 "올해는 새로운 팀에서 둥지를 틀었고, 결혼도 앞두고 있어 의미가 깊다"며 "최고의 한해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2017년이 이종호에게 최고의 한 해가 될 가능성은 다분하다. 특히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 발탁을 두고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종호는 "대표팀 발탁을 의식하진 않지만, 태극마크를 달면 울컥할 것 같다"라며 "대표팀에 뽑아주신다면 내 모든 것을 쏟아낼 준비가 돼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기엔 국가대표 신태용 감독과 차두리 코치가 찾아 이종호의 플레이를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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