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자기관리의 결과…"3년 안에 550도루 넘겠다"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kt wiz 이대형(34)은 현역 도루왕이다.
프로 데뷔한 2003년 4월 10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첫 도루를 한 이대형은 지난 13일 수원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개인 통산 500번째 도루에 성공했다.
통산 500도루는 전준호(550개) NC 다이노스 코치와 이종범(510개)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을 이어 이대형이 KBO리그 역대 세 번째다.
또 만 33세 11월 24일의 나이에 이 기록을 달성한 이대형은 만 36세 5개월 21일에 이 기록을 이룬 전준호 코치를 제치고 'KBO리그 최연소 500도루' 타이틀을 달았다.
'생일'인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이대형은 "500도루에는 많은 의미가 있다. 여러 어려움을 이겨낸 흔적이 많기 때문"이라고 500도루 감회를 밝혔다.
이대형은 도루를 '힘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육체적으로도 위험이 많고 스피드를 잘 유지해야 한다. 또 두려움도 극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대형의 올 시즌 도루 성공률은 81.8%(22번 시도 18번 성공)다. 통산 도루 성공률은 73.9%(677번 시도 500번 성공)다. 상당히 높은 수치지만 열에 두세 번은 '죽음(아웃)'을 각오해야 한다.
이대형은 "두려울 때도 있다. 한 번, 두 번 죽으면 스타트를 못 끊는다. 제가 완벽한 스타트를 해도 상대가 완벽히 대비할 수도 있다"고 도루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이는 "'그 어려운 걸' 제가 해내야 한다"는 자부심으로 이어진다.
이대형은 "도루는 자신감이 없으면 할 수가 없다. 아웃을 당하면 부담이 더 커지기 때문에 항상 살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뛰어야 한다"며 "아직은 그런 두려움이 없으니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서 관리도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대형은 철저하고 꾸준한 자기관리로 유명하다.
어느덧 베테랑 선수로 분류되는 나이가 됐는데도 도루를 멈추지 않는 것은 184㎝에 78㎏인 날렵한 몸매를 유지한 덕분이기도 하다.
또 그는 경기 시작 전 누구보다 먼저 더그아웃에 나와 몸을 푼다. 격한 도루에도 잔 부상이 없는 이유다.
이대형은 "스피드와 신체 능력이 떨어지면 도루는 할 수 없다"며 "오늘도 경기 전에 바나나 2개밖에 안 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관리의 비결이라면 음식 조절을 잘하고 꾸준히 운동하는 것 정도"라며 "이게 쉬워 보이지만 어렵다. 저도 먹고 싶은 게 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면역돼서 식탐이 별로 없다. 이것만 하면 어느 정도 몸 관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운동선수는 나이보다는 신체 능력, 운동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신체 나이를 몇 살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20대이고 싶다"며 "아직은 괜찮은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도루하는 선수로서 어려운 점이 또 있다면 고생과 비교해 인정을 덜 받는다는 것이다.
특히 전반적으로 타격이 강해진 요즘 시대에는 도루의 가치가 장타에 묻히는 경향이 있다.
이대형은 "도루는 시즌 50개는 해야 인정을 해준다. 좀 서운하다. 슬라이딩하고 흙 다 들어오고 고생은 진짜 많이 하는데…"라면서도 "어쩔 수 없죠. 계속 뛰어야죠"라고 도루 의지를 접지 않았다.
그는 "언젠가는 도루하는 선수도 많이 나올 것"이라며 "너무 도루를 안 하면 재미없잖아요. 홈런 타자가 있으면 도루하는 선수도 있어야 재미도 있고. 도루만의 '보는 재미'가 있잖아요"라며 웃었다.
주변 인식과 관계없이 자신만의 '대도의 길'을 묵묵히 달려나간 이대형은 이제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도루왕에 도전한다.
그는 "이왕 하는 거면 최고의 자리까지 가는 게 좋지 않은가"라며 "전준호의 550도루를 넘겠다. 예전에는 550도루가 꿈이었는데 이제 그 수치에 가까이 다가가니 목표가 됐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대형은 "잘하면 올해 포함해서 3년 안에는 할 것 같다"고 '최고의 대도'에 오를 날을 상상했다.
그는 "제 마음대로 경기에 계속 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상황을 잘 이겨내야 한다"면서도 "550도루, 이것은 꼭 하고 싶다"고 도루왕을 향한 열정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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