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마이크 꺼진줄 알고 "EU 제정신 아냐" 독설

입력 2017-07-20 11:45  

네타냐후, 마이크 꺼진줄 알고 "EU 제정신 아냐" 독설

비공개 회담서 한 발언 공개…시리아내 이란지원 병력 공습도 시인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헝가리를 방문 중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비공개 회담장에서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유럽연합(EU)을 향해 독설을 날렸다가 민망한 상황에 처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 비셰그라드 그룹 국가 정상들과 비공개 회담을 하며 "EU는 제정신이 아니다. 완전히 정신이 나갔다"고 비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EU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정치적 조건에 따라 이스라엘과의 외교관계를 조정하는 국가 연합체"라며 "지금 내 이해관계가 아니라 유럽의 이해관계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프랑스 등 EU 주요 회원국이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을 압박하고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에 반대하는 등 정치적으로 개입하는 데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우리는 중국과도 각별한 관계인데 중국은 정치적 문제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며 인도와 러시아도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외교적 결례나 다름없는 이 발언들이 모두 공개됐다는 점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EU 내 적대 세력인 비셰그라드 그룹과의 비공개 회담인 만큼 편안하게 생각하고 이같이 말했겠지만, 당시 회의장 마이크가 켜져 있어 밖에서 대기 중이던 기자들의 헤드폰으로 고스란히 생중계됐다.

그 때문에 이스라엘이 시리아 내 이란지원 병력을 공습한 사실도 세상에 알려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시리아에서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로 이동하는 이란 무기 수송 대열을 공습했다고 시인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헤즈볼라로 무기를 옮기는 것을 발견하면 그들을 공격하겠다고 말했었고, 수차례 그렇게 했다"고 털어놨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 4월 다마스쿠스 인근 헤즈볼라 무기고를 폭격했으며 그 전달에도 골란고원 쿠네이트라 지역에서 헤즈볼라에 무기를 운반하던 차량을 공격한 바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유독 마이크 사고와 깊은 인연이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네타냐후의 부인 사라 네타냐후는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당시 언론을 비꼬는 발언한 사실이 알려져 곤욕을 치렀다.

사라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스라엘인 대다수는 언론과 달리 당신을 사랑한다"며 "우리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얼마나 대단한지 이야기한다"고 말했다가 방송 카메라에 포착됐다.

2011년에는 네타냐후 총리가 공격 대상이 됐다.

니콜라스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당시 프랑스 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네타냐후를 못 봐주겠다. 그는 거짓말쟁이"라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게 호소했다.

그러자 오바마 전 대통령은 "네타냐후에게 진저리가 난 모양"이라며 "나는 당신보다 훨씬 자주 그와 협상해야 한다"고 답했다.


gogog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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