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총영사관 앞에 10월 건립 추진…난항 예상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일제 강점기에 강제로 징용된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 상'이 올해 제주에도 건립된다.
제주지역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 상 건립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20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열어 "과거를 기억하고 역사를 바로 세우는 길에 나서겠다"며 제주지역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 상 건립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일본의 침략전쟁을 위한 전시총동원체제 하에서 동아시아 곳곳의 무기공장과 탄광, 조선소, 비행장 건설현장, 제철소 등으로 끌려간 조선인 강제징용 노동자들이 있다"며 "참혹한 노동조건과 관리자의 무자비한 폭행, 수시로 발생하는 안전사고, 조선인에 대한 차별, 임금을 받기는커녕 굶주림 속에 강제노동에 시달리던 조선인들은 수없이 죽어 나갔다"고 강조했다.
추진위는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면서 숱한 조선인들의 인생을 짓밟은 강제징용은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반인륜 범죄행위"이라고 규정했다.
추진위는 "일본이 자신들의 과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최소한의 사과나 책임조차 회피하는 지금의 현실을 바꿔야 한다"며 "과거를 올바르게 기억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기억한다는 것은 현재를 바로 세우기 위한 투쟁"이라고 역설했다.
이들은 "제주지역에 일본 제국주의의 야만성을 폭로하는 상징적인 조형물인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 상'을 세우려 한다"며 노동자 상 건립을 시작으로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참혹한 피해 상황의 진실을 낱낱이 규명하고 왜곡된 역사의 물길을 바로 잡는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공동으로 지난해 8월 일본 교토 단바망간기념관에 '일제 강제징용 조선인 노동자 상'을 건립했으며, 현재 제주를 비롯한 서울, 인천, 경남 등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추진위는 취진위원 모집과 학술세미나, '노동자 상 건립 및 관리 조례' 제정 운동, 토론회 등을 거쳐 오는 10월 중순께 제주시 노형동 주제주 일본국총영사관 앞 소공원에 노동자 상을 건립할 계획이다.
추진위는 조만간 제주도와 부지제공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일본총영사관 앞 노동자 상 건립은 난항이 예상된다.
서울 노동자 상 추진위는 지난 3·1절 당시 용산역 광장에 노동자 상 건립을 추진했다가 정부가 부지를 제공하지 않아 갈등을 겪고 있으며, 건립 움직임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지난 4월 28일 서울 일본대사관과 부산 일본총영사관 인근 등에 '강제징용 노동자 상' 설치 움직임에 대해 반발했으며, 외교부도 "외교공관 인근에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은 외교공관 보호와 관련된 국제 예양(禮讓) 및 관행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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