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폭우 '나몰라라'…국민 원성 사는 지방의원 해외연수

입력 2017-07-21 08:00   수정 2017-07-21 10:49

가뭄·폭우 '나몰라라'…국민 원성 사는 지방의원 해외연수

외유성 연수 대부분…벤치마킹 뒷전, 보고서도 '맹탕' 일쑤

해외연수심사위 제 역할 못해…출국 이틀 전 '졸속심사'도



(청주=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지방의원들의 '국외공무여행', 소위 해외연수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충북에 사상 유례없는 물난리가 났는데도 이를 외면하고 도의원 4명이 외유성 유럽 연수에 나섰다가 호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여야 모두 해당 도의원들을 엄중히 징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몸을 낮췄지만, 수재민의 고통을 뒤로하고 외유에 나선 도의원들을 향한 성난 민심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혈세 낭비 논란이 끊이지 않는 지방의원들의 외유성 해외연수도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선진지를 견학하고 좋은 시책을 본받아 의정활동의 수준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도입됐지만,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는 단순 시찰이나 견학, 관광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말이 좋아 연수지 패키지여행 상품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지방의회의 해외연수는 시와 때를 가리지 않고 이뤄진다. 가뭄에 시달리거나 폭우 피해로 아픔을 겪는 주민들을 뒤로하고 떠났다가 구설에 오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1인당 수백만원씩 드는 해외연수를 다녀온 뒤 제출하는 연수보고서도 대부분 엉터리다. 베끼기 일색인 데다가 정책적인 내용보다 연수 소감 위주로 채워진다.

이렇다 보니 지방의원들이 해외연수에 나설 때마다 외유성 해외여행, 혈세 낭비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 해외연수? 혈세로 떠나는 패키지 관광?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의원 4명은 지난 18일 프랑스·로마 등지로 해외연수를 떠났다. 기상 관측 이래 청주에서 2번째로 많은 양인 290.2㎜의 기습 폭우가 한나절 만에 쏟아진 지 이틀 뒤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 차원의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하라"고 지시하고 여야도 한목소리로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촉구할 정도로 피해가 컸다.

그러나 이들 도의원은 수해로 고통받는 주민을 모른 체하고 외유를 떠났고, 결국 거센 사퇴 요구에 직면한 처지가 됐다.

혹심한 가뭄으로 밭작물이 타들어가 농민들이 애를 태우는 와중에도 지방의원들이 앞다퉈 외유성 해외연수에 나섰다가 빈축을 샀다.

충북 영동군의회 의원 7명이 지난달 하순 2천560만원의 예산을 들여 5박7일짜리 연수에 나섰고, 청주시의회는 지난 5∼13일 1인당 250만∼316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발칸 4개국 연수를 다녀왔다.

연수 일정은 여행사가 제공하는 패키지 여행상품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무늬만 연수였던 셈이다.

충북 경실련 관계자는 "도민과 아픔을 함께하지 않는 지방의원들은 존재 가치가 없다"고 꼬집었다.

외유성 해외연수는 비단 충북만의 일이 아니다.

전북도의회 의원 10명은 지난해 4월 중국 장쑤성을 다녀왔다. 자매결연 20주년 자축 및 교류 활성화가 목적이었지만 공식 일정은 3시간에 그쳤고 나머지는 견학과 시찰로 채워졌다.

국민권익위원회도 문화재 보존·관리 실태를 살펴보고 오겠다며 4천500만원을 지원받은 모 시의회가 관광지구, 전통시장, 박물관, 궁전 등을 관광한 사실을 적발하기도 했다.



◇ 베끼기 일색 연수보고서, 늑장 제출 다반사

의원들은 해외연수 후 15일 이내에 연수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각급 의회의 '공무국외여행 규칙'에 명시된 규정이지만 늑장 제출하기 일쑤이고 그 내용도 베끼기 일색인 경우가 다반사다.

청주시의회는 지난해 4차례 외국에 다녀오고도 보고서를 제때 제출하지 않았다. 보고서 제출이 짧게는 2개월, 늦게는 1년이나 늦어졌다. 시간에 맞춰 제출된 경우는 거의 찾을 수 없을 정도다.

인천시의회도 1년이나 지난 뒤 보고서를 냈거나 아예 제출하지 않았다가 적발돼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연수보고서 내용도 문제다. 선진 사례 벤치마킹이라는 해외연수 취지와 달리 관광지 정보, 기념사진 등으로 보고서가 채워지곤 한다.

인천시의회는 지난해 5월 러시아 등 4개국을 방문했다. 복지 선진국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인천시의 행정에 반영하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당초 목적과 달리 홈페이지에 공개된 보고서는 소감 일색으로 채워져 시민단체의 비판을 샀다.

대전시의회에서는 수년 전의 일이지만 황당한 일도 있었다.

2014년 1월 중국 하얼빈을 다녀온 의원들은 홈페이지에 출장결과 보고서를 게시했는데, 연수에 동행했던 공무원이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샀다.



◇ 공무국외여행심사위는 거수기 역할…운영 정상화 시급

각 지방의회는 의원과 대학교수, 시민단체로 구성된 공무국외여행심사위원회를 두고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 때마다 연수의 필요성과 대상 국가의 적합성, 여행 기간 및 경비의 타당성 등을 심사한다.


단순 시찰이나 견학을 목적으로 한 해외연수를 사전에 걸러내는 것도 이 위원회의 역할이다.

그러나 대부분 심사위원회가 거수기에 그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의회 상임위원회가 제출한 해외연수 일정을 그대로 통과시키는 게 전부다.

유명무실한 이 위원회를 정상화하는 게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관계자는 "지방의원들이 해외연수를 떠나기 이틀 전에 심사위원회가 열리는 경우도 있다"고 꼬집었다. 졸속 심사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를 감시할 수 있도록 심사위원회 바로잡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k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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