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탐지장비' 전국에 배치…탈의실·샤워실 중점 점검
몰카 범죄 최근 3년간 증가세, 휴가철에 집중
(전국종합=연합뉴스) "볼펜형 몰래카메라부터 불과 몇 ㎝도 안 되는 소초형 몰래카메라까지 범행 도구가 다양하더라고요."
찌는 듯한 무더위에 옷차림이 가벼워지는 계절이 돌아오자 경찰도 덩달아 바빠졌다.
대형 물놀이 시설이나 해수욕장에 어김없이 찾아드는 '몰카 변태'를 색출하려고 눈에 불을 켰다.
몰카와 성범죄 단속 업무를 맡은 경찰은 피서지 탈의실이나 샤워실, 화장실을 점검하는 일로 분주하다.
이들의 손에는 최첨단 '몰카탐지장비'가 들려 있다.
경찰청은 이달 전국 지방경찰청에 전파 탐지기 16대와 렌즈 탐지기 70대를 지급했다.
전파 탐지기는 몰카의 전파를 찾으면 작은 소리와 함께 강한 진동으로 소지하고 있는 경찰관에게 알려준다.
적외선으로 몰카 렌즈를 찾아내는 렌즈 탐지기도 현장에서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무전기 크기의 장비를 든 경찰관은 해수욕장 안전요원과 물놀이 시설 관계자와 합동으로 단속에 나선다.
환풍기의 작은 구멍이나 쓰레기통 뚜껑 등은 주 점검 대상이다.
초소형화한 몰카를 색출하는 일은 살인 사건 현장에서 용의자의 쪽지문을 찾아내는 일만큼 예리한 '촉'이 필요하다.
탐지기를 운용할 때면 몰카 발견을 알리는 경보음이라도 울릴까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장을 누비는 전북 군산경찰서 이수희 경사는 "일주일에 2차례 관내 물놀이 시설과 해수욕장을 찾아 몰카 범죄를 단속하고 있다"며 "관광객들이 피서지에서 불쾌한 일을 겪지 않도록 성범죄 예방에 온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몰카 범죄를 근절하려는 이색 아이디어도 쏟아졌다.
부산경찰은 본격 여름 휴가철을 맞아 입체조형물을 설치했다.
조형물은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수영구 생활문화센터 지하 1층 공중화장실 복도 벽면에 있다.
입체조형물은 벽면을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배경 그림과 경고 문구가 달라진다.
왼쪽에서 보면 휴대전화로 몰카를 촬영하는 남성의 모습과 '몰카촬영금지', '몰카탐지장비 가동 중'이라는 문구가 나타난다.
그 반대편에서 보면 매서운 눈빛을 한 경찰관의 얼굴과 '지켜보고 있다'와 '사복경찰관 잠복 중'이라는 문구가 각각 펼쳐진다.
해당 공중화장실은 해수욕장 방문객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곳인데 입구가 복도 끝 양쪽에 모두 있어 방문객이 어느 곳으로 들어오든 입체조형물을 보게 된다.
피서객을 상대로 한 성범죄 예방활동에도 주력한다.
전북경찰은 지난 1일부터 관내 피서지 17곳에서 관광객에게 성범죄 대처 요령이 담긴 전단을 배포하고 있다.
전단에는 법률상 몰카 처벌규정도 함께 적어 경각심이 들도록 했다.
충남 서산경찰서도 수시로 해수욕장 순찰을 강화하고 피서객에게 성범죄 대처 스티커를 부착한 물티슈를 나눠주는 캠페인도 벌였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피서지의 성범죄를 적발하고 처벌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런 불상사가 없도록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점차 교묘하고 대범해지는 성범죄를 미연에 방지하려고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3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몰카 범죄는 2천749건이다.
2014년 817건, 2015년 952건, 지난해 980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여름에 집중됐다.
(조성민, 김재홍, 임채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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