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靑문건…민간 영역까지 '깨알같은' 개입 의혹

입력 2017-07-2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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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靑문건…민간 영역까지 '깨알같은' 개입 의혹

겉은 '국정환경진단', 속은 '보수단체 지원책'

국민연금 의결권 개입 여부까지 세밀하게 논의

서울시엔 적대적…포털 검색기능 개입 의혹까지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청와대가 20일 박수현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공개한 박근혜 정부 문건들은 당시 청와대가 다양한 민간 영역에 구석구석 개입하고 특정 방향으로 몰아갔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내용이다.

현재 청와대의 국정상황실 공간에서 발견된 문건들은 보수단체 지원방안부터 포털사이트의 검색 기능 개선 주문 방안까지 폭넓은 부문에 '깨알같이' 관여하고자 했던 정황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번 문건들이 발견된 곳이 이전 정부 청와대에서는 정책조정수석실의 기획비서관실로 쓰인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 제목은 '국정환경진단', 내용은 '보수단체 육성안' = 박 대변인에 따르면 2015년 4월부터 같은 해 6월 사이에 '국정환경진단 및 운영 기조'라는 제목의 문건이 작성됐다.

제목만 보면 넓은 범위의 국정환경을 분석한 문건을 떠올리게 되지만 내용에는 보수단체 육성방안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박 대변인은 "이 문건에는 보수논객 육성 프로그램 활성화 등 홍보역량 강화, 보수단체 재정확충 지원대책, 상대적으로 취약한 청년과 해외 보수세력 육성방안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2015년 7월에 열린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결과 문건에는 신생 청년 보수단체들을 대상으로 한 기금 지원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라는 내용도 있다.

박 대변인은 이를 두고 "특정 이념 확산을 청와대가 직접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라고 해석했다.

박근혜 정부가 보수단체를 지원해 왔다는 의혹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를 수사했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청와대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경련, 삼성 관계자들과 보수단체 10여 곳에 자금을 지원하는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검팀이 계좌 추적으로 파악한 실제 지원 규모만 70억여원에 이르고 지원금을 받은 어버이연합, 엄마부대 등 보수단체들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찬성하는 친정부 집회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 삼성 지배구조 개편 '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도 검토 = 문건 중에는 '삼성물산 합병안에 대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방향', '해외 헤지펀드에 대한 국내 기업의 경영권 방어대책 검토',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 주장에 대한 쟁점 및 정부 입장 점검' 이란 제목이 발견됐다.

이 문건들이 언급하는 사안은 2015년 5월 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계획 발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시가를 기준으로 결정된 합병 비율이 제일모직 최대 주주인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총수 일가에게 유리하고 삼성물산 일반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합병 반대 세력 결집에 나서면서 삼성은 그룹 지배구조 재편에 고비를 맞았다.

그해 7월 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가까스로 가결됐는데 당시 10%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의 찬성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박 대변인은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에 개입할 것인지, 해외 헤지펀드의 공격적 경영권 간섭에 국민연금을 활용하되 정부가 대기업을 지원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게 위원 구성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등의 표현이 나온다"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시기를 특정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지만, 정황상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뤄지기 전에 문건이 생성됐을 가능성이 크다.



◇ "서울시 계획 부당성 알려라" = '중앙정부-서울시 간 갈등 쟁점 점검 및 대응방안' 문건에는 사실상 서울시정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박 대변인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정책에 정부가 무조건 반대한다는 프레임이 작동하지 않도록 하면서 서울시 계획의 부당성을 알려나가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청년수당 지급계획 관련 논란 검토'라는 문건에는 서울시가 청년수당 지급을 강행하면 지방교부세 감액 등 불이익 조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박 대변인은 "청와대가 직접 서울시와 관련한 조치를 강구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청년수당'을 둘러싼 박근혜 정권의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인 박원순 서울시장 사이 갈등의 골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지난해 8월 청와대에서 열린 시도지사 오찬에서 박 시장은 "청년들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말로 청년수당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서울시의 청년수당 정책은 중앙정부와 충돌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시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은 "정부에서 취업성공패키지 개편안을 추진하고 있으니 그걸 활용하면 될 것"이라고 하는 등 박 시장의 요구를 일축했다.



◇ 포털사이트 검색에도 개입 의혹 = '부처 현안 관련 정책참고'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포털사이트 검색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이 있었다고 한다.

'카카오톡 샵(#) 검색 기능과 관련해 좌편향적인 자동 연관검색어 논란이 있으니 카카오톡 자동 연관검색어를 개선하라'고 주문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이와 함께 '포털 뉴스 서비스의 사회적 책임 강화 방안' 문건에는 포털사이트에 언론사의 위상을 부여할지, 포털사이트의 수익 환류 제도화를 추진할지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런 내용은 '카카오가 사이트 메인 화면에 뉴스 또는 주요 뉴스로 제공되는 기사를 좌편향 내용으로 배치했다'는 일부 보수단체의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

kj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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