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론 이어 각론…또 나온 靑 '삼성합병 개입' 문건 영향은

입력 2017-07-20 18:21   수정 2017-07-20 20:08

총론 이어 각론…또 나온 靑 '삼성합병 개입' 문건 영향은

특검 주장 뒷받침할 정황 증거…'청탁 증명'은 쉽지 않아

검찰 '화이트 리스트' 수사에 영향 줄 정황 포함돼 주목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삼성물산 합병 등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이슈에 관해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지속적·조직적으로 논의한 내용을 담은 문건이 속속 발견됨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재판과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민정수석실에서 삼성합병 지원의 '총론'격인 문건이 발견된 데 이어 이번에는 정책조정수석실이 '각론'을 논의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재판 공소유지에 나선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자료가 될 전망이다.

민정 쪽 문건들은 큰 틀에서 청와대가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라는 목표를 지원해주기 위해 움직였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의혹의 총론이자 배경·원인 부분에 대한 설명이 될 수 있다.

이날 공개된 문건들은 구체적으로 경영권 승계를 이루기 위한 가장 핵심 장치인 '삼성합병'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삼성합병 때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관한 것으로, 각론이자 실행 부분에 대한 설명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민정·총무비서관실에서 일제 점검을 벌인 결과 이전 정부 정책조정수석실의 기획비서관실로 사용된 현 국정상황실에서 504개의 문건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20일 밝혔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청와대에서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내용을 검토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다.

청와대는 '삼성물산 합병안에 대한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방향', '해외 헤지펀드에 대한 국내 기업의 경영권 방어 대책 검토',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 주장에 대한 쟁점 및 정부 입장 점검' 등 세 개의 문건 제목을 공개했다.

내용으로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개입할 것인지, 정부가 개입한다면 의결권 방향은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해외 헤지펀드의 공격적 경영권 간섭에 대해 국민연금 등을 적극 활용하되, 정부가 대기업을 지원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위원 구성을 신중하게 하고 관계부처는 한목소리로 대응해야 한다'는 등의 표현을 공개했다.

이와 같은 내용은 2015년 6∼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한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에 대응해 삼성 측이 원하던 합병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국민연금을 동원하려 청와대가 움직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황 증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14일 청와대가 민정수석실에서 발견했다며 공개한 자필 메모에도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 → 기회로 활용',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삼성의 당면 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등의 문구가 있었다.

2014년 6월∼2015년 6월 생산된 것으로 알려진 이들 문건은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라는 큰 틀에서 삼성의 현안을 이용·지원하겠다는 청와대의 '거시적 전략'이 존재했다는 정황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이날 공개된 정책조정수석실 문건(2014년 3월∼2016년 10월 작성)은 '엘리엇의 공격이라는 삼성이 필요로 하는 당면 과제'가 돌출함에 따라 큰 전략 안에서 움직일 '미시적 전술'을 도출한 정황으로 볼 만하다.

지난달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의 재판에서 1심 법원이 유죄를 선고하면서 일단 삼성합병에 대한 복지부의 부당 개입은 일차적으로 입증된 상황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문 전 장관이 왜 이런 행위를 했는지는 엄밀히 평가하지 않았다. 복지부의 개입을 청와대가 지시한 것인지, 이 과정에서 삼성그룹의 청탁이 있었는지 등의 의혹은 아직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은 복지부 개입은 사실이더라도 자신들은 개입하지 않았다는 논리로 방어막을 친 상태다.

따라서 특검은 민정수석실과 정책조정수석실 문건이 삼성합병에 개입한 청와대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유용한 정황 증거라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청와대가 공개한 정황만으로 특검이 '혐의 증명'이라는 '큰 산'을 넘을 수 있을지는 속단이 어렵다.

특검은 삼성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인지, 합병 성사를 위해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정부에 '합병을 도와달라'고 청탁했는지 증명해야 한다.

특검은 세 차례 단독 면담에서 청탁이 오갔다고 봤지만, 기록되지 않은 이 자리의 대화를 복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두 당사자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따라서 방대한 분량의 문건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를 입증할 만한 '결정타'를 발견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이 밖에도 이날 청와대가 공개한 문건 가운데에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막바지 수사를 하는 박근혜 정부의 보수단체 지원 및 관제 시위 의혹(화이트 리스트 사건) 수사와 연관될 수 있는 내용도 담겼다.

청와대는 이 문건에 보수논객 육성 프로그램 활성화 등 홍보역량 강화, 보수단체 재정 확충 지원대책, 청년·해외 보수세력 육성 방안, 신생 청년 보수단체에 대한 관련 기금 지원 검토 등의 내용이 담겼다고 밝혔다.

다만 화이트 리스트 사건은 청와대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지시해 어버이연합 등 보수 성향 단체에 자금을 지원토록 했다는 의혹이지만, 이번 문건에 담긴 내용은 정책적 지원에 가까워 위법 여부를 세심히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기금 등을 관련 규정을 무시한 채 보수단체에 지원한 정황이 포착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인터넷 포털·SNS상의 '좌편향적 자동연관검색어'를 거론하며 다음카카오에 개선을 주문하는 내용도 민간 기업의 업무에 개입했다는 점에서 향후 수사 여부에 시선이 간다.

sncwoo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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