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모르는 마크롱, 어리숙한 권위주의로 군 홀대" 비판여론

입력 2017-07-20 18:08   수정 2017-07-20 18:28

"군대 모르는 마크롱, 어리숙한 권위주의로 군 홀대" 비판여론

군 배신감 팽배…마크롱 부랴부랴 내년 예산증액 제시, 공군기지도 방문

교사·지방정부도 긴축재정에 반발…예산감축 반대여론 더 커질듯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군 합참의장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국방예산 삭감을 놓고 대립하다 사임한 일의 여파가 심상치 않다.

군 내부의 불만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교사들과 지방정부들도 마크롱의 긴축재정 방침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면서 국정과제 추진이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예비역 장성으로 시앙스포(파리정치대학)에서 전쟁사를 가르치는 뱅상 데스포르트는 20일(현지시간) 르몽드 기고문에서 "군 통수권자와 군부 사이의 갈등의 불씨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어리숙한 권위주의 아래서 폭발했다"면서 군을 모르는 마크롱이 권위주의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군을 홀대했다고 비난했다.

앞서 프랑스군 최고위 장성인 피에르 드빌리에 합참의장은 정부의 올해 국방예산 8억5천만 유로(1조1천억원 상당) 삭감에 항의해 전격 사임했다.

데스포르트 교수는 이번 사태를 "1961년 드골 정권을 전복시키려던 쿠데타 기도가 적발된 이후 군부와 정권 간의 가장 큰 파열음"이라면서 "군의 임무와 수단(예산) 간의 괴리에서 발생한 불만이 이번 사건으로 정점으로 치달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군인의 심리와 직업 정신 등 군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정치인들로 인해 이런 불만은 더 팽배해졌다"면서 제5공화국 출범 이래 역대 대통령 중 유일하게 군 복무 경력이 없는 마크롱의 약점을 끄집어냈다.

대선에서 마크롱 캠프에 몸담았던 도미니크 트랭캉 예비역 장성도 AFP통신에 "이번 일이 새 정부에 암운을 드리웠다"면서 "별일 아닌 것처럼 그냥 지나치기는 쉽지 않은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군 내부에서는 마크롱이 대선에서 국방예산 증액을 약속해놓고 재정적자 감축을 이유로 갑작스럽게 올해 예산을 일방적으로 삭감해버린 데 대한 '배신감'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시리아와 아프리카에서 테러집단 격퇴전이라는 실전에 투입된 군이기에 대통령의 예산삭감에 대한 배신감은 더 증폭됐다.

프랑스의 올해 국방예산은 국내총생산(GDP) 1.78%로, 테러 격퇴전에 뛰어들기 전인 2010년의 1.96%보다 오히려 더 줄었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권고 수준인 2%에도 미치지 못한다.

마크롱은 군의 반발 무마를 위해 새 합참의장을 임명하고 내년 국방예산의 15억 유로 증액 등 '당근'도 제시했다. 사임한 드빌리에 합참의장의 사표를 즉각 수리한 뒤 후임으로 보스니아·르완다·말리 주둔 프랑스군 사령관을 지낸 '작전통' 프랑수아 르쿠앵트르 장군(55)을 임명하고 곧바로 남서부의 이스트르 공군기지를 함께 방문했다.

엘리제 궁은 "대통령이 공군기지를 방문해 군에 대한 굳건한 지지와 함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국방예산 증액이라는 대선 공약을 지키겠다는 뜻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이 권고한 재정적자 상한선인 'GDP의 3% 이내'를 지키기 위해 긴축재정을 추진하는 마크롱 정부에 대한 반발은 군을 넘어서 다른 분야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고등교육과 연구 관련 예산 3억3천100만 유로의 삭감안을 내놓자 교사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으며, 지방정부들도 중앙정부의 교부금 삭감 통보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제1야당인 공화당 소속 프랑수아 바루앵 전국시장연합회장(전 재무장관)은 "정부는 더이상 지방정부의 힘을 빌려 발을 씻을 수 없을 것"이라며 거친 표현을 써가며 반발했다.

마크롱의 대선 공약인 '2022년까지 600억 유로의 재정지출을 감축' 목표가 세부계획으로 구체화하면서 긴축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내년 예산이 확정되는 올가을 이후와 내년에는 정부부처들과 사회 각계의 저항이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노동시장 개혁과 대테러 법 개정안 처리 등 주요 국정과제의 추진동력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이처럼 마크롱이 재정적자 감축을 반발을 무릅쓰고 추진하는 것은 프랑스가 EU를 주도하려면 EU 회원국들의 프랑스에 대한 신뢰 회복이 필수라고 봤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재정적자 누적이 EU 경제 전체를 위협하는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면 EU 개혁과 결속력 강화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EU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 역시 꾸준히 프랑스의 재정적자 감축을 압박해왔다.

마크롱의 '일방통행식' 국정추진에 대한 피로감도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BVA의 월례 국정지지도 조사에서 마크롱의 지지율은 7월 54%로 한 달 전보다 5%포인트 떨어졌다. 부정적인 평가를 한 응답자들은 '오만하다' '권위적이다' '외적인 홍보에만 치중한다' 등의 이견을 보였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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