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국민 권리·재정기여금·아일랜드 국경문제 집중 논의
EU "英에 재정기여금 등 주요이슈 명확한 입장 요구"
英 "진전에 고무됐지만 논의할 것 많아…유연성 필요"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연합(EU)과 영국은 20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 관한 2차 협상을 마쳤다.
상견례를 겸해 단 하루 열렸던 1차 협상과 달리 이번 협상은 지난 17일부터 이날까지 나흘간 진행되며 쟁점 이슈를 본격적으로 다뤘다.
양측은 협상에서 브렉시트 이후 상대방 지역에 잔류하는 양측 국민의 권리, 영국이 당초 EU 회원국으로 약속했던 재정기여금 문제, 북아일랜드 국경문제 등 영국의 EU 탈퇴 조건과 관련한 3대 주요 이슈에 대해 중점적으로 협의했다.
하지만 양측은 상대방의 입장을 파악하고 이견만 확인했을 뿐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지는 못해 향후 협상도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협상을 마친 뒤 미셸 바르니에 EU 측 수석대표는 데이비드 데이비스 영국측 수석대표와 공동으로 한 기자회견에서 영국 측에 영국의 재정기여금 문제, 영국에 잔류하게 될 EU 회원국 국민의 권리 등 주요 이슈에 대해 입장을 명확히 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바르니에 대표는 "이번 주 협상은 프레젠테이션의 시간이었다. 3라운드는 (주요이슈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는 협상이 될 것"이라면서 "우리는 (영국 측에) 재정문제 해결, 시민권리, 아일랜드 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바르니에 대표는 "이번 협상 경험에 비춰볼 때 서로의 입장이 명확하면 더 좋은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영국 측을 압박했다.
이에 대해 데이비스 영국 측 수석대표는 "협상은 치열했지만 건설적이었다. 협상에서 진전이 있어서 고무적이었다"면서 "이번 주 협상은 많은 긍정적인 것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논의해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 있다"며 "타결을 위해선 양측 모두 유연성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협상에서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에 잔류하게 될 300만 명 EU 회원국 국민의 권리와 관련해 이들에 대한 EU 사법재판소의 재판 관할권 문제를 놓고 양측간에 근본적인 견해차가 있었다고 바르니에 대표는 소개했다.
바르니에 대표는 브렉시트 이후에도 EU 사법재판소가 영국에 있는 EU 회원국 국민의 사법적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영국은 앞서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바르니에 대표는 또 최대 쟁점으로 꼽히는 영국의 재정기여금 문제와 관련, "영국이 입장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우리는 질서 있는 탈퇴를 원하고, 질서있는 탈퇴를 위해서는 영국이 재정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영국은 이번 협상에서 400억 유로(52조 원)에서 최대 1천억 유로(13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EU 측이 주장되는 재정기여금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차 협상에서 핵심 쟁점에 관한 돌파구를 찾지 못함에 따라 브렉시트 협상은 더욱 시간에 쫓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리스본 조약에 따라 오는 2019년 3월까지 협상을 끝내면 되지만 협상 결과에 대한 양측 진영의 비준 절차를 감안하면 내년 가을까지는 실질적으로 협상을 마쳐야 한다.
또 오는 10월까지 양측 국민의 권리, 재정기여금 문제, 북아일랜드 국경문제 등 영국의 EU 탈퇴조건과 관련된 3가지 이슈에 대해 충분한 진전을 이뤄야만 영국이 요구하는 무역협정 등 미래관계에 대한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
다음 협상은 내달 28일부터 열릴 예정이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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