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소득 과세 강화·'부자감세 철회' 공약에 반영
지난 2월 "공공 일자리 재원 필요시 대기업 명목세율 인상"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정부·여당이 국가재정전략회의 개최를 계기로 증세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조세 정책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애초 문재인 정부는 증세는 사회적 논의와 국민 동의 과정을 거쳐 내년에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국정과제 이행 재원을 마련하려면 그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새 정부의 증세 결정은 시기의 문제였을 뿐 이미 그 기조는 대선 때부터 정해진 것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공약집을 보면 경제민주화의 대표적인 정책이 '조세정의 실현'이다.
소득세 최고세율을 조정하는 동시에 대주주의 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강화하고 상속·증여 신고세액 공제를 축소해 자산소득에 물리는 세금을 늘리겠다는 게 주요 추진 계획이었다.
이와 함께 초고소득 법인의 법인세 최저한세율을 상향 조정하는 등 재벌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과세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친 바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이 제시한 조세 정책 개혁에는 순서가 있었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올해 1월 "증세 이전에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 '부자 감세'로 부족해진 재원 확보 등 재정확충 방안을 우선 실시하고 이후 필요한 재원은 순서에 따라 증세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앞서 법인세 실효세율과 관련해서는 "재벌기업의 조세감면 특혜를 없애거나 줄이면 실효세가 높아지게 된다"는 말로 증세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의 필요성도 이미 이야기했다. 올해 2월 한 방송에 출연해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공약의 재원 대책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문 대통령은 "근로시간 단축 등을 생각할 수 있고 그래도 부족하다면 증세가 필요하다"며 "법인세 실효세율을 높인 뒤에도 재원이 더 필요할 때는 대기업에 한해 명목세율 인상을 생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세정의를 실현하는 방편으로 증세의 필요성을 이때부터 언급한 것인데 거의 마지막 단계로 여겨졌던 명목세율 인상 시기는 대선후보 때의 예측보다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정과제를 이행하려면 5년간 178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는 점은 대선후보 시절부터도 언급된 사항이다.
재정개혁만으로 5년간 112조원을 마련한 뒤 나머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것인지 밝히라는 안팎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예상보다 일찍 증세를 공론화한 것으로 보인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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