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바른정당도 부정적…"증세 대비해야" 기류도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김동호 기자 = 야권은 21일 여권발(發) 증세론이 제기된 것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국민적 저항감이 크고 여론의 휘발성이 높은 사안인 데다 증세 추진이 정부의 공식발표가 아니라 여당 대표나 일부 장관 선에서 제기된 상황인 만큼 증세 논의와 거리를 두려는 분위기다.
또 지난 19일 국정기획자문위가 100대 국정과제 발표 시 재원 확보 대책으로 증세 부분을 뺐다가 바로 그 다음날 대통령 주재 재정전략회의에서 증세 문제가 부분적으로 제기되는 등 엇박자가 나고 있다는 점에 비판적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증세 반대 입장이 분명한 자유한국당과 달리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5·9 대선' 기간 부분적 증세를 공약으로 내건 터라 신중론 속에서도 추이를 지켜보자는 기류도 감지된다.
이는 향후 여권이 증세를 본격 추진할 경우 국회에서 상당한 논란이 벌어지겠지만, 의석수로만 놓고 보면 증세 검토론이 다수를 차지할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한국당은 법인세와 소득세 등 세금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현재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해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이 0.9%포인트나 올랐고,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법인세를 낮춰 기업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며 "무리한 공약을 위해 세금 인상으로 국민의 부담을 전가하는 증세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러다가 정말 대한민국이 세금 폭탄 공화국이 될 판"이라며 "법인세를 인상하면 대기업을 옥죄는 결과를 낳는다. 전 세계적인 추세에 역주행하다가는 초우량 대기업들이 해외로 탈출하는 엑소더스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의 이런 태도는 '증세 없는 복지' 공약과도 맞닿아있다. 한국당은 '5·9 대선' 때 90조원에 달하는 공약을 발표하면서 세입증가분 40조원, 세출 구조조정 35조원, 세입 확충 15조원 등 증세 없는 재원 확보 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국민의당 역시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복지 등 재원마련을 위해서라면 세금 인상이 검토될 수 있지만, 정부가 중장기적인 로드맵 없이 세율을 올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현실을 반영한 주장이긴 하지만, 국민 삶이 어려운 상태에서 소득세 증세를 한다면 국민이 동의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178조원 재원마련에 대한 구체적 전략도 세우지 않고 먼저 계획을 해놓은 뒤 느닷없이 증세 문제를 들고나오면 이게 준비된 국정과제인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증세는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 국민적 공감대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지금 정부의 증세안은 너무 성급하다"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역시 여권에서 증세 논의가 불거지는 과정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김세연 정책위의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정과제 이행과 재원조달 불일치에 대해 앞뒤가 맞지 않은 사정을 여권이 고백 내지 실토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아직 정부가 증세에 대한 명확한 방침을 밝힌 것이 아니어서 증세를 하겠다고 간주하기에는 이르다"며 "정부가 입장을 정리해서 증세에 대한 명확한 생각을 밝히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결국 정부가 국정과제를 추진하려면 증세가 필요한 만큼 향후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에 대비하려는 기류도 보였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BBS 라디오에서 "법인세 등 부자증세를 하지 않고는 이런 예산을 감당하기 어렵다. 정부가 부자증세를 검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김세연 정책위의장은 "법인세는 전 세계적으로 인하 경쟁이 불붙어 있지만 국내적으로 재원조달이 여의치 않은 사정이 있어서 이명박 정부 때 인하하기 직전 상태로 환원하자는 공약을 마련한 바 있다"며 "소득세도 구간조정이나 최고구간 신설에 대해서는 검토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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