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새 도로 2배↑·자동차 20배↑…노선따라 교통량 들쭉날쭉
도로 건설만으로 혼잡 해소 한계…민자 도로 '요금폭탄' 논란도
(전국종합=연합뉴스) "1993년 설 연휴 때는 서울에서 강릉까지 7시간 걸렸어요. 요즘은 90분 만에 갈 수도 있다는데, 그때는 아침에 출발하면 어둑어둑해서 도착했어요."
40여 년간 관광업계에 종사했던 이모(76·경기 성남시)씨는 고속도로 변화상을 실감한다.
전국을 한나절 생활권으로 묶은 고속도로는 지난 30년간(1985∼2015년) 2배가 늘었을 정도로 양적 성장을 해왔지만 같은 기간 자동차 대수는 무려 20배가 증가했다.
도로보다 자동차가 더 빠르게 증가하는 바람에 폭증한 교통량은 정체구간을 해마다 증가시켰다. 수도권을 포함한 대도시권 고속도로는 주말마다 늦은 밤까지 정체로 몸살을 앓는다.
폭증하는 교통량을 따라잡기 위해 민자 고속도로가 우후죽순 뚫렸지만 요금 폭탄 논란으로 '돈 먹는 도로'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 노선따라 통행량 극과 극…"건설만 능사? 수요 관리해야"
고속도로 통행량은 노선에 따라 극과 극이다.
한국도로공사가 지난해 1년 동안 고속도로 전 구간(473개 구간) 교통량을 자동 차종분류 조사장비(AVC)를 통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교통량 상위 10개 구간은 서울외곽선 7곳, 경부선 2곳, 서해안선 1곳으로 모두 수도권 구간이었다.
서울외곽선 상일∼강일 구간의 교통량이 하루 평균 25만대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울외곽선 하남JCT∼상일, 서울외곽선 중동∼송내, 경부선 신갈JCT∼판교JCT, 서울외곽선 송내∼장수 구간을 하루 평균 23만대가 이용했다.
그러나 하위 10개 구간은 모두 지방 고속도로 시·종점 구간으로 무안광주선 무안공항∼북무안(1천200대), 남해선 장흥∼보성(1만100대) 구간은 하루 교통량이 1천∼1만대에 그쳤다.
고속도로는 적소에 들어서야 한다. 그런데 일부 고속도로는 부풀려진 도로 이용 수요 예측을 토대로 사업 적합성을 확보한 뒤 건설됐다는 비판을 받는다.
고속도로 개통 후 실제 통행량이 예측치를 밑도는 구간이 적잖다.
실제로 정부 재정으로 건설한 고속도로의 교통량이 대체로 예측 교통량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이 2016년 도로공사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총 43개 대상구간 가운데 교통량 자료가 분실된 곳을 제외한 25개 구간 중 실제 교통량이 예측치를 넘은 구간은 5곳에 불과했다.
대전남부순환선 서대전∼비룡(20.8㎞), 영동선 서창∼안산(18㎞), 중부내륙선 김천∼여주(151.2㎞), 서울외곽순환선 퇴계원∼일산(91.7㎞), 서해안선 안산∼서울(14.8㎞)구간 교통량은 예측치의 1.1∼4.5배에 이른다.
반면 중부내륙선 여주∼양평(36.1㎞)구간은 일일 교통량이 6만2천여대로 예측됐으나 실제로는 8천여대에 그쳐 이용률이 14%에 머물렀다.
고창담양선 장성∼담양(25.3㎞)구간은 이용률이 24%, 익산포항선 익산∼장수(60.9㎞), 남해선 영암∼순천(106.8㎞)구간도 30%를 넘지 못했다.
무엇보다 고속도로를 이용할 때 가장 불편한 점은 차량정체다. 특히 주말과 명절에 집중된 혼잡은 '유료도로'의 존재마저 위협한다.
그때마다 정부는 도로 확장, 대체노선 신설, 고속도로 갓길 차로 확대 등 도로용량을 늘려 차량정체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내놓는다.
여기에 더해 우회 도로와 단거리 교통정보 안내를 활성화하는 등 교통수요 관리를 함께 추진해 혼잡구간을 줄이겠다고 했다.
유정복 한국교통연구원 도로교통본부장은 "도로 건설만이 능사가 아니다"며 "이젠 우회 도로와 단거리 교통정보를 늘리고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 등과 같은 교통수요 관리방안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 수익성 치중 민자도로는 통행료 인하 요구 거세
민자 고속도로는 국가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급증하는 도로 수요를 맞추려는 방편으로 1990년대 후반부터 도입됐다.
수익성에 치중한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다 보니 통행료가 비싸게 책정돼 요금인하 요구가 거세다.
2007년 12월 전 구간 개통한 서울외곽순환도로 북부구간(일산∼퇴계원 36.3㎞)이 대표적이다. 이 구간 개통으로 서울외곽순환도로는 착공 20년 만에 127.6㎞가 연결됐다.
그러나 정부 재정으로 건설한 남부구간은 ㎞당 요금이 50.2원이지만 민간자본을 투입한 북부구간은 132.2원으로 요금 차이가 2.6배에 달했다.
비싼 요금에 대한 반발은 국토교통부가 연말까지 민간사업자의 운영 기간을 기존 30년에서 50년으로 늘리고 자금 재조달 등을 통해 현재 4천800원인 요금을 최대 2천184원까지 인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일시 잠잠해졌지만 논란은 진행형이다.
지난달 30일 완전 개통한 서울∼양양고속도로(150.2㎞)도 서울∼춘천(61.4㎞) 민자구간은 6천800원, 춘천∼양양 재정구간(88.8㎞)은 4천900원이다.
전 구간을 이용하면 1만1천700원이다. 서울∼강릉 영동고속도로와 비교하면 거리는 42㎞ 짧은데 요금은 2천100원가량 더 비싸다.
최근 개통한 구리∼포천 민자고속도로(50.6㎞)도 요금을 내리라는 요구가 거세다.
민자 도로는 사회간접자본 조기 구축과 재정 절감, 일자리 창출 등의 장점이 있지만, 비싼 통행료가 운전자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준다.
투자액회수 기간이 정해져 있는 데다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야 하는 탓에 통행료 격차는 갈수록 벌어진다.
최근 정부는 민자로 추진하던 서울∼세종 고속도로를 국가재정사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공사비의 10%를 지원하고 30년간 도로 운영권을 보장하는 민자사업 구조와 달리 재정사업 전환하면 30년간 약 1조8천억원의 통행료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그러나 국가재정 투입만이 만능해법일까.
전문가들은 통행시간 절감, 이동성 확보 등 편익 증대와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요금폭탄 도로로 비판을 받지만, 민자도로 수요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한국교통연구원 신희철 박사는 "통행료 인하, 초과수입 환수 등 기존 사업의 재구조화를 통해 재정 부담과 이용자 불편을 완화할 수 있게 바꾸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런 맥락에서 서울외곽순환도로 북부구간 통행료를 낮출 수 있도록 고속도로 운영사의 도로 운영 기간을 20년 늘려준 국토부의 조치가 주목받는다.
권용범 춘천경실련 사무처장은 "민자구간은 공사비 부풀리기 의혹도 있고 불합리한 요금체계라는 지적도 많다"며 "정부는 통행량 증가현황 등을 면밀히 분석해 이용자들이 납득할 수준의 요금인하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영식 이재현 이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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