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북한이 남북 군사 당국 회담을 개최하자는 우리측 제의에 끝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군 당국은 "27일까지 (대화 제의가) 유효하다"며 여지를 남겼다. 북한이 뒤늦게라도 응해 온다면 회담을 열겠다는 뜻으로 보이나 북한이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 같다. 국방부는 입장문을 통해 "남북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군사 분야에서 대화 채널을 복원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매우 시급한 과제"라며 "북한이 호응해 나오기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태도를 바꿔 군사회담이 성사되면 '휴전협정 64주년인 7월 27일에 맞춰 적대 행위를 상호 중단하자'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이 논의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군사회담이 사실상 무산돼 이런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 듯하다.
북한은 추석 이산가족 상봉 등을 논의하기 위해 내달 1일 적십자회담을 열자는 제안에도 침묵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을 이행하기 위해 내놓은 두 차례의 회담 제안에 이렇다저렇다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다만 북한은 20일 노동신문 정세논설을 통해 "상대방을 공공연히 적대시하고 대결할 기도를 드러내면서 관계개선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여론 기만행위"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이런 태도가 우리 민간단체의 인도적 대북접촉마저 거부하는 연장선에서 나온 '무시 전략'인지 아니면 우리 측 회담 제의를 받을지 말지 고민하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우리에게서 더 큰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시간 끌기라는 분석도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현 단계에서 분명한 것은 시한을 못 박아 회담을 제안한 것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처음부터 북한에 주도권을 넘겨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의 바람과 달리 남북대화 환경도 우호적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내달 한미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을 앞두고 북한이 다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시험발사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CNN 방송은 19일(현지시간) 미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 북한이 2주 이내에 ICBM 또는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시험발사를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감행하면 남북대화를 추진하는 우리 정부의 운신 폭도 좁아질 것이 분명하다. 미국 상원에서는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법으로 핵과 화학무기 등을 해체한 뒤에 개성공단을 재가동할 수 있다'고 적시한 법안까지 발의됐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의회의 인식'(sense of congress) 조항에 담긴 내용이지만 미 의회 내 대북 기류가 악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북한과의 대화 채널 복구는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하지만 국민과 국제사회의 지지가 뒷받침돼야 도모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서 어느 정도 양보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듯한 모양새로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또 제재·압박을 강화하는 미국 주도의 국제사회 움직임과 엇박자를 내면서 남북대화를 추진할 수도 없다. 일각에서는 휴전협정일인 이달 27일 군사분계선에서 확성기 방송을 중단해 북한의 호응을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대화와 협상을 통해 양보하는 것과 일방적으로 주고 상대방의 호의를 기다리는 것은 다르다. 휴전협정일이나 추석 등에 맞춰 의미 있는 성과를 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런 식으로 날짜를 맞추는 데 급급해 하면 결과가 좋을 수 없다. 북한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인내하면서 북한을 설득하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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