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도 잘 버티네요"…습지보호지역 '제모습' 찾아

입력 2017-07-23 12:01  

"가뭄에도 잘 버티네요"…습지보호지역 '제모습' 찾아

사자평 고산 습지·무제치늪, 복원사업으로 수량·생태계 복원

무제치늪서 멸종위기종 꼬마잠자리 34마리 발견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올해 가뭄이 너무 심해서 다시 말라버리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했습니다. 5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니까요."

사자평 고산 습지의 복원 과정을 지켜본 낙동강유역환경청의 노기현 자연환경과장은 습지 상태를 설명하며 최근의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2013년부터 3년간 45억 원을 들여 복원사업을 벌인 후 지금까지 5년을 관리해왔는데 올여름 극심한 가뭄으로 습지가 다시 메말라버리지 않을까 근심이 쌓인 것이다.

사자평은 경남 밀양시 재약산에 형성된 습지로, 남부지방에서는 드물게 해발 750∼900m의 산 정상부에 있는 고산 습지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삵, 담비, 하늘다람쥐가 사는 등 생물 다양성이 풍부해 2006년 말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이 습지는 한때 등산객의 발길에 땅이 파이고 물 흐름이 왜곡되는 등 본래 모습을 잃어갔다.

복원사업 이후로 물기를 품기 시작했으나 올해 비가 오지 않아 관계자들의 애를 태웠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20일까지 최근 한 달간 밀양에는 64.5㎜의 비만 내렸다. 평년(294.4㎜)의 22% 수준이다.

노기현 과장은 "사자평 고산 습지는 간신히 제모습을 찾아가던 중이었다"며 "가뭄 때문에 주변 식물이 말라죽을까 걱정했다"고 돌아봤다.

다행히도 사자평 습지는 현재 가문 날씨에도 물기를 머금고 있다.

진퍼리새나 골풀 같은 습지식물의 서식 면적도 늘고 있고, 일부 구간에는 잠자리나 물방개류의 서식지가 새로 조성되는 등 습지 내 생물 다양성도 높아졌다.

노기현 과장은 "복원사업 때 땅 밑에 깔아둔 배수관을 통해 지중수가 잘 흘러가는 것 같다"며 "예전에 끊겨버린 물길을 새로 연결하고 침식된 부분을 보강하니 요즘은 습지 내에 물이 고인 곳까지 생겼다"고 자랑스러워 했다.


사자평 고산 습지와 함께 울산의 무제치늪도 본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무제치늪은 울산시 울주군 정족산 능선에 형성된 곳이다.

물을 머금고 있는 이탄층이 발달한 이 늪은 예로부터 마을사람들이 기우제를 지냈다고 해 무제치(舞祭峙)늪으로 불리게 됐다. 이탄층은 여름철 비가 올 때는 물을 머금고, 가뭄 때는 머금었던 물을 뿜어주는 스펀지 역할을 한다.

무제치늪은 이삭귀개, 땅귀개 등 다양한 습지식물을 비롯해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꼬마잠자리가 서식해 1999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꼬마잠자리는 몸길이가 1.0∼1.5㎝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잠자리로, 주로 얕은 습지에 산다. 꼬마잠자리가 나타난 곳은 습지 생태계가 건강하다고 볼 수 있다는 게 낙동강유역환경청의 설명이다.

하지만 주변 탐방로의 영향으로 토사가 유입되고 육상 식물이 침범하면서 꼬마잠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난해부터 서식지 복원사업을 벌였다.

무제치늪 내에 골풀 같은 습지식물을 심고, 나무로 만든 가로막을 설치해 물의 흐름을 느리게 하는 등 서식지를 원 상태로 돌리기 위한 작업을 했다.

덕분에 2010년 30마리에서 지난해 8마리까지 줄었던 무제치늪의 꼬마잠자리는 올해 5월 유충 800여 마리와 함께 총 34마리의 성충이 발견됐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유충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이달 말에는 성충이 50여 마리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송형근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은 "앞으로 사자평 고산 습지와 무제치늪을 지속해서 관찰해 국내 최고의 자연자원 보금자리로 거듭나게 하겠다"고 말했다.

s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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