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wC 보고서 "美·日·獨 등 점유율 90%대…경쟁사 위축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미국의 대표적인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닷컴이 세계 유통시장 장악을 넘볼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20여 개 주요 국가에서 아마존 쇼핑 서비스를 쓴다는 소비자가 절반을 넘은 데다 미국·일본 등 일부 선진국에선 아마존 사용률이 90%대라 다른 유통 경쟁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얘기다.
23일 IT(정보기술) 업계에 따르면 영국계 컨설팅 업체 PwC는 '2017년 종합 소매업 보고서'(Total Retail 2017)에서 이런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온라인·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이 아마존 대응 전략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PwC는 해당 보고서에서 미국·호주·중국·브라질·일본·프랑스·칠레 등 29개국의 소비자 2만4천471명을 대상으로 쇼핑 행태를 조사했다. 한국은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이 결과 전체 설문 대상자 중에서 '아마존으로 쇼핑한다'는 이들은 약 56%에 달했다. 주요국 소비자 2명 중 1명이 아마존 고객이라는 얘기다.
특히 미국·일본·영국·이탈리아·독일 등 5개국은 모두 아마존 사용률이 90%를 넘어, 시장이 잠식된 상태로 나타났다.
아마존 고객 비중이 비교적 낮은 국가는 브라질(47%), 호주(37%) 등이었으며, 특히 중국은 현지 온라인 쇼핑몰인 'T몰'(톈마오·天猫)의 사용률이 97%에 달해 아마존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한국에서는 아직 아마존 쇼핑몰이 없다. 현재 국내에서 아마존은 외국 판매 중개(아마존 글로벌 셀링), 클라우드 사업(AWS),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프라임 비디오)만 한다.
아마존 쇼핑 서비스는 실제 각국 경쟁사를 위협하고 있다. PcW 보고서는 29개국의 아마존 고객을 조사한 결과 이 중 28%가 '아마존 때문에 오프라인 상점을 가는 빈도가 줄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아마존을 쓰면서 다른 온라인 상거래 서비스를 적게 이용하게 됐다는 답변은 18%, 아예 쇼핑을 몽땅 아마존에 의존한다는 사람도 10%에 달했다.
나라별로는 일본에서 아마존 여파가 가장 컸다. 일본에서 아마존 때문에 오프라인 유통점을 적게 가게 됐다는 답변율은 39%로 조사국 전체 평균(28%)보다 11%포인트나 높았다.
그 외 아마존을 쓰면서 오프라인 상점 이용을 줄이게 됐다는 반응이 많은 국가로는 미국(37%), 브라질(35%), 독일(34%) 등이 있었다.
PcW는 아마존이 이례적 인기를 누리는 이유로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끊임없는 혁신을 꼽았다.
이용자 정보를 활용한 자동 상품 추천, AI 스피커를 통한 음성 물품 주문, 쾌속 배송, 원클릭 간편 결제, 독점 온라인 TV 서비스 등 기발한 혜택을 발 빠르게 선보이며 경쟁사를 압도한다는 것이다.
PcW는 아마존 대응 전략으로 유통 업체들에 고객 접점 확대, 고유 브랜드·상품 개발, 편리한 모바일 결제 제도의 도입 등을 제안했다.
최근 2∼3년 사이 한국에서는 아마존이 어떻게든 국내 온라인 쇼핑몰을 열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았다.
시장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인터넷 쇼핑 문화가 잘 발달했고 IT에 대한 눈높이가 높은 한국 소비자를 그냥 놔두진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번 달 초에도 아마존 한국 법인이 정규직을 대거 추가 채용하면서 업계에선 '쇼핑몰 진출이 임박했다'는 추측이 나왔지만 결국 낭설에 그쳤다.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은 G마켓·11번가 등 전통 강자에 검색 지배력을 갖춘 네이버와 소셜커머스 업체까지 몰리며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아마존이 시험적으로 국내 인터넷 쇼핑몰을 인수해 '우회 진출'을 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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