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통령 것보다 5㎝ 커서 기존 액자 사용못해"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공식 초상사진을 지방정부에 게시하는 문제를 놓고 '예산 낭비' 논란이 불거졌다.
마크롱 대통령이 과거의 절대군주처럼 권위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최근의 잇따른 비판을 의식한 엘리제 궁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논란은 지방의 한 시장이 마크롱 대통령의 초상사진이 전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사진보다 사이즈가 커서 액자를 교체하는 비용이 발생한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센에마른주(州) 포르주시(市)의 로맹 스노블 시장은 최근 페이스북에서 전국 3만6천개 지방관청들의 대통령 사진을 교체하려면 총 270만 유로(35억원 상당)가 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크롱의 초상 규격은 가로 50㎝, 세로 70㎝인데,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것(50㎝·65㎝)보다 커서 기존 액자를 활용할 수 없으므로 관청들이 새 액자를 사야한다는 논리다. 이 계산에는 액자와 사진 인쇄비용까지 포함됐다.
그는 특히 "대통령이 초상 규격을 더 크게 제작해서 추가비용이 들게 해놓고 지방정부에 예산 삭감을 압박했다"면서 이중적 태도라고 비판했다.
마크롱은 최근 재정적자를 줄인다는 목적으로 올해 국방예산을 삭감, 합참의장이 이에 반발해 사임하는 등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엘리제 궁은 스노블 시장의 의견에 다른 정치인들이 동조하는 등 논란이 확산할 조짐이 보이자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엘리제 궁 대변인실에 따르면, 마크롱의 초상은 올랑드 전 대통령의 사진보다는 크지만, 다른 역대 대통령들의 사진 규격과 같다. 따라서 관청들은 예전 액자를 꺼내 활용할 수 있고, 시가 9∼10 유로(1만2천원 안팎) 가량의 액자를 새로 구매해 쓸 수도 있다.
엘리제 궁은 아울러 지방정부들은 대통령의 사진을 인화·인쇄할 필요도 없다면서 행정법무정보청(DILA)이 내무부를 통해 지방정부에 무료로 대통령의 사진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DILA 산하의 국립기록물관리소도 별도 설명자료를 내고 국가원수의 초상을 도청에서 각 시청에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대통령의 공식 초상을 관청에 게재하는 것은 전통에 따른 것일 뿐 강제사항도 아니라고 한다.
이처럼 엘리제 궁과 정부부처들이 진화에 나선 것은 총선 압승 이후 마크롱의 거침 없는 행보를 두고 '제왕적 대통령', '어리숙한 권위주의' 등의 비판여론이 커진 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예산낭비 주장을 처음 제기한 시장은 엘리제 궁의 구구절절한 설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푸념을 쏟아냈다.
스노블 시장은 유럽1 방송과 인터뷰에서 "가위를 들고 사진의 5㎝를 잘라내면 된다. 우리 같은 작은 지방정부는 돈도 없고, 언제나 이런 경제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yongl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