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공론화 직접 뛰어든 文대통령…'최소한의 증세' 강조

입력 2017-07-21 21:32  

증세 공론화 직접 뛰어든 文대통령…'최소한의 증세' 강조

취임 후 '증세' 첫 언급…"이제 확정해야 할 시기"

참여정부 때 종부세 '아픈 기억'…'최소한의 증세'에 방점

공약집에도 '증세' 표현은 없어…법인세율 인상 등은 포함돼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증세'를 처음으로 언급하면서 증세 공론화에 직접 뛰어들었다.






동시에 증세 대상이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임을 분명히 하면서 일반 서민과 중산층, 중소기업의 세 부담은 전혀 늘어나지 않는 '최소한의 증세'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증세 논의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앞장을 서고 청와대는 뒤로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였다.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은 20일 오전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국민에게 우리 경제 현실을 정확히 알리고 좀 더 나은 복지 등을 하려면 형편이 되는 쪽에서 소득세를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정직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하는 과세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인상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사업연도 소득 2천억원을 초과하는 초대기업에 대해서는 과표를 신설해 법인세율 25%를 적용하고, 연 5억원을 넘는 초고소득자에게는 현행 40%로 돼 있는 소득세율을 42%로 높이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전날까지 증세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모두발언을 통해 "새 정부는 작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 필요로 하는 일을 하는 정부를 지향한다"면서 "재정이 이런 정부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뒷받침 해주지 않으면 안된다"며 증세 논의에 힘을 실어주는 입장을 보였다.






그런 문 대통령이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원래 재원 대책 중에는 증세가 포함돼 있었지만, 증세의 방향과 범위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며 "이제 확정해야 할 시기인데 어제 토론으로 방향은 잡히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취임 이후 문 대통령이 '증세'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초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도 '증세'라는 단어는 사용되지 않았다.

치열한 대선 와중에 누구에게도 인기가 없을 '증세'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공약집 '나라를 나라답게'에는 '세입 개혁' 방안으로 세법 개정을 통해 연평균 6조3천억원을 조달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는 ▲고소득자 과세 강화 ▲고액 상속·증여에 대한 세 부담 인상 ▲대기업 법인세 비과세·감면 정비 ▲법인세 최저한세율 인상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등 사실상 증세에 해당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문 대통령은 또 "증세를 하더라도 대상은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한정될 것"이라며 "이는 5년 내내 계속될 기조다. 중산층, 서민, 중소기업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이는 과세대상을 일부 초고소득자와 초대기업으로 좁혀 조세저항을 최소화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대다수 국민은 증세 대상이 아닌 점을 특히 강조한 데에는 참여정부 당시의 '아픈 기억'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참여정부는 2003년 10월 부동산 투기 억제와 불합리한 지방세 체계 개편 등을 이유로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했다가 '부자 증세' 프레임에 갇히면서 집중포화를 맞았다.

2005년 시행 당시 과세대상자는 국세청 기준시가로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 6억원 초과 나대지, 40억원 초과 빌딩·상가 등의 소유자였으나 과세대상자가 아닌 국민도 증세에 반발, 반대 여론이 들끓었다.

문 대통령은 자서전 '운명'에서 "참여정부가 끝날 무렵에는 뭐든지 '참여정부 탓'이나 '노무현 탓'으로 몰아치는 경향이 있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증세 공론화에 직접 뛰어든 이상, 증세를 위한 절차는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 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증세안을 보다 구체화하고, 내달2일 발표될 예정인 세법 개정안에 이를 반영할 계획이다.

증세안이 세법 개정안의 형태로 구체화해 국회에 제출되면 이를 둘러싼 여·야의 논쟁도 본격적으로 불이 붙을 전망이다.

다만, 지난 대선 때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안철수·유승민·심상정 후보도 증세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점을 고려할 때 국회 논의가 지나치게 과열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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