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UC어바인 연구진, 쥐 털 길이 조절 단백질 그룹 기능 규명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한 사람의 몸에 난 털이지만, 머리카락과 눈썹은 다른 길이로 난다. 눈썹을 오랫동안 길러도 머리카락만큼 길게 자라지는 않는다.
최근 경북대 의대와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UC어바인) 등 국제공동연구진은 동물실험을 통해 부위마다 털의 길이가 다른 이유를 밝혔다. 쥐의 털 길이를 조절하는 단백질 그룹의 기능을 규명한 것이다.
연구진은 쥐의 등, 배, 턱, 머리 등 몸의 각 부위의 털이 자랄 때 차이가 있는 단백질을 분석한 결과 'Wnt 신호전달체계'나 'Bmp 신호전달체계'에 속하는 단백질임을 확인했다. Wnt 신호전달체계에 속하는 단백질의 경우 모낭에서 털의 길이 성장을 촉진했고, BMP 신호전달체계에 속하는 단백질은 성장을 저해했다.
예를 들면 쥐 귀에는 털이 잘 나지 않는데, 이는 털 생장을 억제하는 Bmp 신호에 관여하는 단백질이 많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반면 배 쪽이나 턱수염은 털이 자라는 속도가 빠른데 이는 Wnt 신호 관련 단백질의 양이 많아 털 성장이 촉진되는 것이다. 아울러 연구진은 이런 신호 단백질들을 조절하면 쥐의 각 부위의 털을 길거나 짧게 만들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수학'의 힘을 빌려 컴퓨터 상에서 시뮬레이션한 뒤 적합한 단백질을 골라 실제 쥐에 적용해 생물모델을 만드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질적인 학문의 '융합'으로 얻은 결과다.
연구를 진행한 오지원 경북대 의대 해부학교실 모발이식센터 교수는 "눈썹 같은 털은 짧은데 머리카락은 왜 긴지 등 우리는 털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설명할 수 있는 과학적인 근거를 찾은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어 "탈모 부위의 성질을 규명하거나 탈모 진행 정도를 조절하는 등 사람의 머리카락과 관련된 연구에도 이번 연구 결과를 신중히 적용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는 온라인 국제학술지 '이라이프'(eLife) 11일 자에 실렸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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