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첫 여행금지 파장은…北에 '금단의 땅' 주홍글씨

입력 2017-07-22 12:01  

美 첫 여행금지 파장은…北에 '금단의 땅' 주홍글씨

자국민 보호 인질외교 방지·북한 돈줄 조이기 효과 의식

냉전 시기 적성국에 적용했던 조치…'낙인효과' 클 듯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미국이 인도적 사유 등 특수 목적을 제외한 자국민 북한 방문을 금지하기로 한 것은 1차적으로 자국민 신변 보호, 2차적으로 북한으로의 외화 유입 방지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이번 조치가 가진 대북 '낙인효과'가 작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기술적으로 이번 조치는 북한 방문을 위한 미국 여권 사용을 '불법화'하는 것이다. 북한에 가면서 미국 여권을 사용할 경우 그 여권은 무효화하기 때문에 방북하려는 미국인은 정부의 확인을 받은 특수 여권을 소지해야 한다. 내전, 정정불안 등을 이유로 일부 국가에 대해 미국 국무부가 발령하는 '여행자제' 권고와는 차원이 다른 조치인 셈이다.

위반시 어떤 제재가 가해지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일단 관광이나 시찰, 민간 교류, 마라톤대회 같은 스포츠 행사 참가 등을 위한 미국 국적자의 방북은 미국 정부로부터 별도의 허가를 받지 않는 한 금지되는 셈이다.

미국 언론은 이번 조치가 냉전 시기 소련과 같은 적성국가, 1979∼1981년 미국인 인질사태가 발생했을 때의 이란 등에 대해 취한 '여행제한'(restriction on travel)과 유사하다고 보도하고 있다. 냉전 종식 후 거의 적용되지 않았던 조치가, 북한에 대해 취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북한 방문 시 억류될 수 있다며 위험성을 경고해왔지만, 이번 같은 사실상의 전면적 방북 금지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미국이 이번 조치를 취한 것은 무엇보다 제2의 '웜비어 사태'를 막기 위함이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지난달 혼수상태로 풀려난 뒤 6일 만에 목숨을 잃은 미국인 대학생 고(故) 오토 웜비어 씨 같은 피해자가 다시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함인 것이다. 자국민 보호 차원과 함께 북한이 곧잘 쓰는 '인질외교'를 미연에 막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또 하나의 측면은 북한 김정은 정권의 자금줄 차단이다. 하지만 근년 들어 북한을 방문하는 외국인은 연간 10만여 명 수준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이들 중 대부분이 중국인이고 미국 등 서방 출신은 수천 명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많아야 수백 명 단위인 미국인 관광객의 방북을 차단한다고 해서 그 자체만으로 큰 대북 경제 제재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2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단은 미국 국적을 가진 사람만 방북 금지 대상이 되겠으나 유럽 등 다른 나라 여행객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러면 여행수입이 줄어들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관광객 대다수는 중국인인 데다 북한이 점점 자력 갱생형 경제구조를 만들고 있기에 이번 조치가 북한 경제에 직접적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기본권의 하나인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데 매우 신중한 미국이 북한을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한 것이 갖는 정치적 효과는 작지 않을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미국이 대북 제재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과정에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북한을 '여행 불가 지역'으로 낙인찍은 '주홍글씨' 효과로 인해 제3국들이 북한에 대해 갖게 되는 심리적 거부감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외교관계 격하를 우방국들에 촉구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만들 수 있으며, 북한의 국제적 고립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임을출 교수는 "미국이 단계적으로 대북 제재의 수준을 높여가는 과정에서 이뤄진 일로 이해한다"며 "서방 관광객들이 북한을 많이 방문하면서 (북한 체제에) 이런저런 기여를 하는 것이 있는데, 그들의 방북을 주저하게 만드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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